헌재 “금융사 직원 금품수수 약속만 해도 가중처벌 ‘특가법’ 합헌”
지난해 12월 27일 유남석 헌법재판소 소장과 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발표'에 대한 위헌 확인 헌법소원 심판 선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강진형 기자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금융사 직원을 뇌물죄 적용에 있어 공무원으로 간주해 일정한 금액 이상의 금품수수 ‘약속’만으로도 가중처벌하도록 한 특별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9명의 헌법재판관 중 다수(5명)가 위헌 의견을 냈지만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6명)에 미치지 못해 합헌 결정됐다.
헌재는 금융사 직원의 금품수수 등에 대해 공무원의 뇌물죄 규정을 적용, 30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하거나 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 4항 2호 중 1항의 ‘약속’에 관한 부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4(합헌) 대 5(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헌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을 준수하고, 형벌체계상 균형을 갖춘 것으로 평등원칙에도 위배되지 아니하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헌재는 먼저 심판대상 조항이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 과거 선례를 원용하며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에 대해 그 집행의 투명성·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공익이라 할 수 있어 직무관련 수재 등 행위를 공무원의 수뢰죄와 같은 수준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입법자가 금융기관 임직원이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 그 범정과 비난가능성의 정도를 높게 평가하여 법률상의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도록 입법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서, 법관의 양형결정의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이라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헌재는 ‘약속’만으로 가중처벌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주장에 대해 “이 사건 법률조항의 보호법익은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청렴성과 그 직무의 불가매수성이므로 금융회사 등 임직원이 금품 등을 ‘약속’한 경우가 현실적으로 금품 등을 ‘수수’한 경우에 비해 언제나 불법의 크기나 책임이 작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반면 유남석·이선애·이석태·이영진·문형배 재판관 등 5명의 재판관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을 준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한 것으로 평등원칙에도 위배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약속액만을 기준으로 법정형의 하한을 일률적으로 징역 7년 이상으로 높이고 있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고 법관의 양형재량의 범위를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며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회사 등 임직원에게 공무원에 버금가는 정도의 청렴성이나 직무의 불가매수성을 요구하기 어려우므로,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금품 약속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넘어 공무원과 동일하게 가중처벌까지 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사인인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금품 약속행위를 공무원의 수뢰행위와 동일하게 가중처벌하는 것은 다른 사인들의 수재행위에 비해 과도하게 징벌의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형벌체계상 균형성을 상실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모 신협 지점장이었던 A씨는 B씨에게 18억원을 대출해주는 조건으로 자신이 소유한 시가 5840만원 상당의 토지를 1억3800만원에 매도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7960만원 상당의 이익을 수수하기로 약속한 사실이 발각돼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재판을 맡게 된 법원은 해당 조항이 ‘약속’만으로 약속한 가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한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직권으로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특가법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는 뇌물수수액에 따라 수뢰액 30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인 경우 ‘7년 이상의 유기징역’, 1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각각 가중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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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같은 법 제4조(뇌물죄 적용대상의 확대)는 금융기관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관 또는 단체의 간부직원을 형법상 뇌물죄 적용에 있어 공무원으로 간주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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