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음란물 중독의 종착점
반복적인 음란물 시청이 성범죄의 또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다시 말해 음란물 중독이 왜곡된 성관념과 비뚤어진 성인지 감수성을 야기해 'n번방'의 가해자들과 같은 성범죄자들을 양산하는 것이다. 'n번방'의 공범 안승진(25)는 계속 범행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 "음란물 중독으로 인한 것 같다"고 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안승진의 이러한 태도를 형량을 감경받기 위한 꼼수라고 반박하기도 하지만 이를 장담하기에는 이른 듯하다.
2010년 학교에 침입하여 8세 여학생을 납치ㆍ성폭행한 김수철(45), 2012년 이웃집 10살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김점덕(45) 등도 범행 전 음란물을 탐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음란물 중독이 심각해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일상은 물론 타인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되며, 비뚤어진 성의식으로 인해 성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빅터 클라인 교수는 "음란물은 성충동이나 성욕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더 강화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음란물 중독의 4단계를 제시하면서 처음에는 호기심과 재미 삼아 보게 되다가(중독단계), 더욱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되며(상승단계), 멈추지 않고 계속 보게 되면 음란물에 나오는 내용이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오인하게 된다(불감증 단계). 마지막에는 음란물에 나오는 행위를 실제로 행동을 하려 하는 범죄와 관련이 있는 단계로 이어지는 특성이 있다(성적행동 단계)고 하였다.
음란물 중독자를 양산하는 불법적인 음란물들은 이미 조주빈의 'n번방'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가장 가깝게는 손정우의 'W2V'가 있었고, 그 이전엔 양진호의 '웹하드 카르텔'이, 그보다 더 전에는 100만명의 회원을 거느렸던 '소라넷' 등도 있었다.
이처럼 음란물 중독이 오랜 기간 지속된 병적인 사회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수사기관과 사법기관 나아가 입법ㆍ행정기관의 안일한 태도가 지금의 성범죄자를 만들어 낸 통로가 됐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음란물의 유통실태'와 '규제강화' 그리고 '상담과 치료'까지 전반적인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음란물 유통실태'를 분기별로 파악해 불법적인 경로를 조기에 차단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실태조사는 2년에 한 번씩 청소년 유해환경에 국한해 실시하고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결국 과거 자료를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업로드되는 음란물에 현실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음란물 유포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작년 '다크웹'에서 아동 음란물 사이트 'W2V'를 운영해 검거된 손정우는 국내 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판결을 받았지만 이 사이트를 통해 '단순 다운로드'한 미국인은 미국의 법원에서 징역 70개월에 처해졌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처벌 수위가 글로벌 기준과 현실적으로 매우 동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국제사회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서라도 음란물 유포와 관련된 형량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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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물 중독자에 대한 '상담과 치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 접촉이 증가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음란물 중독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음란물 중독은 음란물에 무감각해지고 더 자극적인 음란물을 찾는 등 과한 성욕을 일으키는 문제와 함께 우울ㆍ불안ㆍ신경과민 등 정신질환, 인간관계나 학업, 직장생활 지장 등 현실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음란물 중독자들이 쉽게 전문가의 상담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중독예방센터가 설립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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