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진 상법개정안 한국식 기업규제라는 비판 커져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 취지 무색, 한국기업 독립 경영권 침해 초래

한국 유일 '막무가내式 상법개정'에 재계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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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이동우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개정안의 핵심 중 하나인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를 도입하거나 도입할 예정인 국가는 전 세계 중 한국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쟁점 사안인 다중대표소송제 역시 일본에서만 엄격한 조건하에 허용되는 규제로 확인됐다.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개정안이 '글로벌 스탠더드'란 당초 취지와 달리 유일무이한 한국식 규제 악법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커지는 이유다. 법무부는 각계에서 받은 의견을 토대로 최종 정부 입법안을 마련해 이르면 8월 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27일 재계와 학계에 따르면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개정안의 핵심 내용인 감사위원 분리선임제와 다중대표소송제 등이 해외에서는 유사 사례조차 찾기 힘든 초강력 기업 규제라고 입을 모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는 이들 규제가 도입될 경우 투기성 거대 외국자본 앞에 우리 기업의 독립 경영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입법예고한 상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해외에서 유사 사례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유례가 없는 강력한 기업규제 정책"이라며 "사유재산권 침해는 물론 기업 활동 자체를 방해하는 악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 선출 및 3% 의결권 제한의 경우도 해외에서는 입법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제도로 조사됐다. 현재 상법은 이사를 먼저 선임한 후 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하도록 규정해 이사 선임 단계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지 않지만 이 제도가 도입되면 감사위원 선출 시 지분 중 3%만 의결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해 경영 건전성과 투명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감사위원 분리선임 제도가 주식회사의 기본룰에 위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주주들이 규제 격차를 통해 이사회 장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중대표소송제 역시 소수 국가가 엄격한 조건하에서만 인정하고 있을 뿐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대다수 주요 국가에서는 도입하지 않고 있다. 유일하게 2015년 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한 경우나 자회사 주식의 장부가액이 모회사 총자산액의 20%를 초과하는 경우 등 극히 제한적인 조건에서 소송을 허가한다. 미국 또한 일부 주에서 판례로만 인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법 개정안을 통해 발행 주식 총수의 0.01%, 비상장사는 1%만 보유해도 모회사가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에 대해 대표소송이 가능하도록 했다. 재계는 이 제도가 신설될 경우 소수의 지분으로 경영권 침탈 및 기업압박의 수단으로 남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상장회사의 소송 리스크도 3.9배 상승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상장 모회사의 소수주주권 요건으로 비상장 자회사에 대한 위협소송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 327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다중대표소송 제소 가능 금액은 311억원에 불과하다. 유가증권 상장기업 ㈜청호컴넷은 135만원으로 모회사 및 자회사 총 13개 기업에 소제기가 가능해진다.


이밖에 소수주주권 행사 요건의 선택적인 운용 명문화 방안과 배당기산일 관련 규정도 해외에 도입된 사례를 찾기 어려운 규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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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 기업이 외국자본에 크게 노출되는 부분"이라며 "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초래해 기업은 경영 방어를 할 수 있는 기제가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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