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손경식을 관통하는 키워드, 경륜(經綸)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경륜(經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경륜이다. 손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만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인물평이 그랬다. 한 사람은 "오랜 경륜 덕분인지 생각의 폭이 참 넓고 합리적인 분"이라며 "젊은 사람의 사고가 오히려 더 구식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고 했다. 또 다른 지인은 "경제 정책에 관한 경륜, 문제가 발생하면 여러 당사자를 끈질기게 논리를 갖춰 설득하면서 해법을 찾는 경륜이 있다"고 전했다.
1939년 서울 출생인 손 회장은 올해로 여든하고도 한살이다. 경기고-서울대 법대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의 발자취는 화려하다. 1961년 한일은행으로 사회에 첫 발을 디딘 그는 CJ그룹과 인연을 맺기 전까지 '삼성맨'으로 종횡무진했다. 삼성가와의 인연은 손 회장의 누이가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 이맹희씨와 혼사를 맺으면서 시작됐다. 경기도지사를 지낸 손 회장의 부친이 이 전 회장과 각별한 사이로 전해진다. 15년 동안 안국화재(현 삼성화재) 대표를 맡은 부친의 뒤를 이어 손 회장은 나이 38세에 안국화재 대표 자리에 올랐다. 삼성그룹의 최연소 최고경영자(CEO)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았다. 이후 삼성화재 삼성화재 close 증권정보 000810 KOSPI 현재가 554,000 전일대비 16,000 등락률 +2.97% 거래량 254,102 전일가 538,0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삼성화재, 5월 말 車 5부제 할인특약 출시 전 이벤트 삼성화재, 실시간 이상징후 감시시스템 'AIMS' 국제 전시회서 공개 삼성화재, 초대형GA 글로벌금융판매와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협약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지낸 손 회장은 1990년대 중반 CJ그룹으로 넘어가 지금까지 대표이사 회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무려 25년 동안.
손 회장을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위인전에서나 볼 법한 이력을 믿기 어려웠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손 회장은 이 같은 편견을 보기 좋게 깨트렸다. 경총 수장으로서 경영계와 노동계 이슈는 물론 CJ CJ close 증권정보 001040 KOSPI 현재가 217,000 전일대비 4,000 등락률 +1.88% 거래량 247,720 전일가 213,0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CJ 이재현 장남 이선호, 첫 타운홀 미팅…"각개전투 아닌 연결해야" CJ올리브영, 체험형 K뷰티 공간 '광장마켓점' 오픈…외국인 공략 나선다 CJ온스타일, 상반기 최대 쇼핑행사 '컴온스타일' 개최…"최대 50% 할인" 그룹의 민감한 경영 현안까지 그는 모든 걸 꿰뚫는 인상을 줬다. 고령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총기(聰氣)가 살아 있었고 다소 어눌하지만 메시지가 명확하고 말에 힘이 실려 있었다. 의구심이 확신으로 돌아선 순간이다. 손경식이라는 인물이 25년 동안 CJ그룹 총수의 발과 입, 아니 그 이상의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었던 비결을 엿봤달까.
손 회장은 기업인에 만족하지 않았다. 경제단체에 몸 담으면서 대한민국 정책 구상에도 힘을 보탰다. 경총에 오기 전에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여년 동안 부회장과 회장을 역임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권의 러브콜도 끊이지 않았다. 정치색보다는 국익을 우선한 결과로 보인다.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위원(2007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2011~2013년), 일자리위원회 위원(현재) 등 정부의 핵심 요직에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총명하다는 말이 적합하다. 우리나라 경제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시장경제를 기본 축으로 원활히 돌아가야 한다는 걸 명확히 알고 정부 일에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은 물론 오피니언 리더급과 소통이 가능한, 충분히 필요한 리더로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손 회장 지인의 평가가 새삼 와닿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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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단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총은 올해 창립 50돌을 맞았다. 잔칫날이어야 하는데 분위기는 영 침침하다. 노동계 중심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좀처럼 평형을 찾기 어려워서다. 대표적인 사례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이다. 우리 정부는 해직자와 실직자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 등을 담은 노동 관련 3법의 입법을 추진 중이다. 경영계에서는 노사 지형을 뒤바꾸고 더 대립적으로 만들어 사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만드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손 회장은 "안타까운 일이다. 아주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ILO 이슈가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부담이 있지만 경영계가 요청하는 몇 가지 현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 꼭 관철시켜보겠다고 약속했다. 경영계의 절박함이 경륜과 패기로 뭉친 손경식이라는 인물을 관통해 그곳에도 닿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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