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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연차·11시 출근…"둘째도 계획 중!"

최종수정 2020.07.15 11:30 기사입력 2020.07.1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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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서울시 공동기획 [워라밸2.0 시대로]

워라밸 강소기업_서울 관악구 성민종합사회복지관

동료 눈치 안 보도록 육아휴직 대체자 무조건 채용
8~10년차 팀장급 휴직 땐 보조금 오히려 남아

전 직원 연수 후 기념 촬영 (제공=성민종합사회복지관)

전 직원 연수 후 기념 촬영 (제공=성민종합사회복지관)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복지관은 "육아휴직은 퇴직과 다름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생활의 균형을 이루기 어려운 직장으로 꼽힌다. 서울시 사회복지사 근로실태 조사(2019)에 따르면, 일과 가정의 균형에 대한 인식이 5점 만점에 3.09점으로 낮은 편이었다. 2016년 같은 조사 결과보다 0.4점 하락했다. 아울러 복지관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는 근무 시간이 길고 그만큼 대우는 받지 못하는 직종으로 알려져 있다. 평균 근속 기간이 85.6개월(7년1개월)로 짧은 편이다. 근무 인원도 여성(72.4%)이 남성(27.6%)보다 많다.


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고자 서울 관악구 성민종합사회복지관은 2015년부터 구성원들의 일·생활 균형을 충족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오고 있다. 서울시 일·생활균형지원센터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있는데 사회복지관으로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성민종합사회복지관은 육아휴직 대체자를 항상 뽑는다. 육아휴직을 할 사람이 눈치 보지 않도록 하고 업무에도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팀장급 이상도 예외가 아니다. 팀장이 육아휴직을 쓴다면 해당 팀에서 연차가 있는 직원이 업무대행을 하고 대체자가 그 직원의 업무를 이어 진행한다. 인건비는 시군구 보조금을 통해서만 지출이 가능한데, 8~10년 차 직원들이 휴직을 하면 대체자의 호봉이 낮아 오히려 보조금이 남게 된다고 한다.


8년째 성민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는 고수은 팀장은 둘째 아이 출산 후 육아휴직 중이다. 고 팀장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유연하게 받아주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어 둘째도 계획할 수 있었다"며 "업무 부담을 덜도록 기관에서 배려해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회의 중 10분은 워라밸 논의
직원 동아리 만들어 월 1회 반차 사용
휴게실도 마련

초등학교 4학년 자녀가 있는 나미란 복지사업팀 과장은 '2시간 연차'의 최대 수혜자다. 원래 반차와 연차만 있던 휴가 제도가 2시간 단위로도 분할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나 과장은 "연차가 총 21일인데 그중 반을 2시간 휴가로 나눠 썼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아이 점심식사 문제가 있어 이때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 과장은 앞서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시점에는 단축 근무를 활용했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2시 퇴근했다. 그는 "아침에 출근하면 직원들이 결재를 받거나 보고할 내용을 요약해서 들고 온다"며 "완전히 휴직한 형태는 아니라서 업무에 큰 무리는 없었다"고 했다.

성민종합사회복지관은 회의 시간 중 10분을 할애해 '일ㆍ가정 양립을 위해 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제도가 무엇인지' 논의한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처럼 법적인 제도 외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제도를 얘기하는 시간이다.


이를 통해 월 1회 오전 11시에 출근해 정시에 퇴근하는 '11시 데이'가 만들어졌고 잠깐 눈을 붙일 수 있는 직원 휴게실도 생겼다. 동아리 활동을 하기 위한 월 1회 오후 반차가 가능해졌다. 임신한 여성 근로자는 단축 근무를 한다.


직원 동아리 '인바디'의 필라테스 모습 (제공=성민종합사회복지관)

직원 동아리 '인바디'의 필라테스 모습 (제공=성민종합사회복지관)




'당직비가 제공된다 하더라도 당직을 서고 싶어 하지 않는다'라는 근로자들의 의사도 반영했다. 당직을 근무 시간에 포함시킨 것이다. 만약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8시30분까지 당직을 서는 경우 추가 근무 2시간30분만큼 다른 날 언제든 출근시간을 늦출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직 다음 날 오전 11시30분에 출근하면 오후 6시에 퇴근이 가능하다. 박미솔 복지행정팀 기획팀장은 "직원 대부분이 급한 업무가 있지 않을 때 이를 활용한다"며 "예외적으로 못 쓴 경우 시간 외 수당으로 처리한다"고 말했다.


성민종합사회복지관은 상급자가 먼저 다가가 고민하는 일은 없는지 물어보는 '수퍼비전 시간'도 운영한다. 업무 논의보다는 육아 등 각종 개인적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자리다. 이런 시간이 마련된 것은 석기성 관장이 직원들을 대하는 과정에서 '미리 이야기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느낀 지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8년째 근무 중인 고수은 팀장
"유연한 분위기 덕에 둘째도 계획"

석 관장은 "바쁘게만 보이는 상급자에게 먼저 '시간 좀 내주세요'라는 말을 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며 "본인이 고민하던 것들을 상급자와 다시 한 번 정리하고, 그것을 공유해 해소되지 않던 것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안정감을 주고 조직을 성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임신이나 육아 등을 사유로 시간을 줄여 근무를 하면 조직 내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상대적으로 다른 직원들보다 일을 '적게 했다'라는 것이 주된 사유다. 이에 대해 석 관장은 서로 다른 생활 환경에 놓인 근로자를 일의 양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석 관장은 "육아기 단축 근로의 경우 급여에 따른 차이가 있고, 임신기 단축 근로는 급여의 차이는 없지만 힘듦을 본인이 감당하고 있지 않나"라면서 "복지관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바로 저를 포함한 동료 한 명, 한 명이기에 모두 특별하다"고 덧붙였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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