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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도시' 이태원·'불금' 강남…코로나19 클럽 집단감염에도 극명한 온도차(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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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일대 업소들 모두 강제·자발적 휴업 결정
일반 클럽도 이례적으로 고요…라운지 등 인적 '뚝'

강남은 클럽 앞 대기줄만 수백명…마스크 내린 채 춤 삼매경
신분증 확인 뒤 명부 작성…진위 여부 확인은 뒷전, 방역 ‘구멍’

8일 오후 11시께 찾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골목에 적막감이 맴돌고 있다. 이태원 클럽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및 가족 파생감염으로 전날 저녁까지 최소 1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사진=유병돈 기자 tamond@

8일 오후 11시께 찾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골목에 적막감이 맴돌고 있다. 이태원 클럽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및 가족 파생감염으로 전날 저녁까지 최소 1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사진=유병돈 기자 ta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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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유병돈 기자] 8일 오후 11시께 찾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한 골목. 일명 ‘게이힐(Gay Hill)’로 불리는 이곳은 적막감만 맴돌고 있었다. 성소수자들이 주로 찾는 ‘게이클럽’을 비롯해 게이바 등 일대의 업소들이 모두 문을 닫은 탓이다.


◆'유령도시' 돼버린 이태원, 인적 뚝 끊긴 유흥가=경기 용인시 66번 확진자 A씨(29)가 이곳의 클럽과 주점 등을 방문한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차례로 발생하면서 대부분의 업소가 자발적으로 휴업을 결정했다. 평소엔 환한 네온사인 아래 방문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업소 주변은 이날만큼은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다. 인근 주민들만 가끔 골목을 지나갈 뿐이었다. 용인 확진자 A씨가 다녀간 킹 클럽과 클럽 퀸, 트렁크 클럽 등도 모두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확진자가 나온 클럽 인근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이모(44)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 이후 맞는 첫 주말이라 손님이 올 것을 기대했는데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라면서 “코로나 19 사태로 주변 클럽이 모두 문을 닫아 생활이 어려워졌는데 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태원 클럽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및 가족 파생감염으로 최소 19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이태원의 한 클럽이 자발적 휴업을 한 채 문을 굳게 닫은 모습./사진=송승윤 기자 kaav@

이태원 클럽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및 가족 파생감염으로 최소 19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이태원의 한 클럽이 자발적 휴업을 한 채 문을 굳게 닫은 모습./사진=송승윤 기자 kaa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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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밤이라 평소 같으면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이태원은 거리 전체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일반 클럽도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일부 클럽은 운영자제를 권고하는 정부의 행정명령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날 그대로 영업을 강행할 생각이었으나 손님이 없을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모두 휴업을 결정했다.


매주 주말 손님으로 꽉 차 입장하려면 기본 1시간 이상은 대기해야 하는 P라운지 바도 인적이 끊겼다.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해서 몇 주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 있는 가게지만 이날 바 안의 손님은 2명이 앉은 한 테이블이 전부였다. 이따금씩 지나가는 행인들도 이런 풍경이 생소한 듯 가게 안을 기웃거렸다. 인근의 G라운지 바, T라운지 바도 사정이 비슷했다.

인근 주점 직원 박모(23)씨는 “이태원에서 이런 풍경은 처음 본다”면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손님이 줄어들 것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대부분 업소가 자발적 휴업을 결정한 8일. 이곳으로부터 7㎞가량 떨어진 강남의 클럽가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청춘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사진=송승윤 기자 kaav@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대부분 업소가 자발적 휴업을 결정한 8일. 이곳으로부터 7㎞가량 떨어진 강남의 클럽가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청춘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사진=송승윤 기자 kaa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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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름없던 '불금', 강남 클럽 찾은 2030 발길 여전=반면 이곳으로부터 7km가량 떨어진 강남의 클럽가는 딴 세상이었다. 클럽 내 집단 감염 우려에 종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까지 더해졌지만 청춘들의 발걸음은 일제히 클럽 조명 아래로 향했다.


9일 자정을 갓 넘긴 시간 강남 R클럽 앞은 ‘불금’을 즐기러 온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클럽은 공교롭게도 전날 밤 처음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오픈빨’이 먹혔던 탓인지 1시간 사이 대기하는 인원을 포함해 클럽에 입장한 이들은 족히 수백 명은 돼 보였다.


클럽 앞 인도는 입장을 기다리는 이들과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나누거나 흡연을 하는 사람들로 꽉 차 이리저리 몸을 피해야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클럽 관계자로 보이는 이들이 수시로 입장 대기줄 앞을 지나다니며 마스크 착용을 권유하고 앞사람과 떨어져 줄을 서라고 소리쳤지만, 그때뿐이었다. 같이 온 친구와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길거리에 침을 뱉는 모습도 여기저기서 포착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대부분 업소가 자발적 휴업을 결정한 8일. 이곳으로부터 7㎞가량 떨어진 강남의 클럽가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청춘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사진=송승윤 기자 kaav@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대부분 업소가 자발적 휴업을 결정한 8일. 이곳으로부터 7㎞가량 떨어진 강남의 클럽가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청춘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사진=송승윤 기자 kaa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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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안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발 디딜 틈 없는 공간에서 수많은 인파가 모여 춤을 추고 있었으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도 턱 밑까지 마스크를 내리고 있거나 답답하다는 듯 벗어던지기 일쑤였다.


인근 F클럽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날 새벽 2시께 방문한 F클럽 앞은 늦은 시간임에도 입장을 기다리는 젊은이들로 붐볐다. 클럽으로 들어가는 지하 1층부터 클럽 바깥 입구까지 인파가 길게 늘어서있었다. 클럽 내부로 들어가기 전에 위치한 로비에선 입장객들의 신분증 검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신분증 검사가 끝난 이들은 명부에 인적사항을 적고 있었지만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별도의 절차는 없었다. 허위로 적어낼 경우 사실상 이날 방문한 입장객을 제대로 가려내기조차 어려워 보였다.


이곳 클럽에서도 ‘거리두기’는 다른 나라 이야기 같았다. 일부 손님들은 마스크를 벗고 함성을 지르는가 하면 거리낌 없이 자신이 마시던 주류가 든 잔을 타인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클럽 측도 입구에서만 마스크 착용이나 방역 등에 신경 쓸 뿐 내부에선 이들을 크게 제지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 클럽 관계자는 이날 방문한 이들이 족히 1000명은 넘는다고 했다.


친구와 함께 클럽을 찾았다는 신모(22·여)씨는 “어차피 이태원 게이클럽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이고 여기랑은 무관한 것 같아 별 생각 없이 놀러왔다”면서 “어차피 걸릴 사람은 어떻게 해도 걸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대부분 업소가 자발적 휴업을 결정한 8일. 이곳으로부터 7㎞가량 떨어진 강남의 클럽가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청춘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사진=송승윤 기자 kaav@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대부분 업소가 자발적 휴업을 결정한 8일. 이곳으로부터 7㎞가량 떨어진 강남의 클럽가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청춘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사진=송승윤 기자 kaa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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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집단감염에 방역당국 또 다시 '초비상'=한편 이태원 클럽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및 가족 파생감염으로 전날 저녁까지 최소 2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와 경기도·인천시·충북도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서울에서 11명, 경기도에서 4명 등 이태원 클럽과 관련해 확진 판정을 받은 인원은 15명이었으나 이후 서울 중구 7번 환자, 경기 용인시 68번 환자, 인천시 부평구 19번 환자, 충북 청주시 14번 환자가 추가로 확진됐다.


경기 용인 66번 확진자 A(29)씨가 다녀간 이태원 클럽과 관련한 확진자는 현재까지 12명이다. 모두 20∼30대 남성이다. 용인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 3곳의 방문자는 15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클럽 방문 출입 명부에 기재된 숫자를 토대로 파악한 추정치로 명부에서 누락된 이들이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


용인 확진자 A씨를 비롯한 방문자들은 방문 당일 클럽 안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태원 클럽에서 일어난 집단감염으로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정부는 전날 클럽 등 유흥시설을 대상으로 운영 자제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에 따라 단란주점을 제외한 클럽, 감성주점, 콜라텍 등 전국 모든 유흥시설은 이날부터 불가피하게 문을 열 경우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다중이용시설에 내린 행정명령과 같은 수준으로 내려졌다. 다만 시설 입장 후 음식을 먹을 때를 제외하곤 원칙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각 시설의 방역관리자도 지정하고 출입자 명단 작성시에도 신분증을 확인하는 것이 원칙이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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