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스튜디오 PVOD 배급만으로 8000만달러 챙겨
국내에서는 오늘 메가박스·VOD 동시 공개…CGV·롯데 "기존 질서 무너진다"

영화 '트롤: 월드투어' 스틸 컷

영화 '트롤: 월드투어'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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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영화산업 지형이 바뀌고 있다. 영화 ‘트롤: 월드투어’가 극장 상영 없이 1억달러(약 1218억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 온라인 배급 전략의 가능성을 명확히 증명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 등에 따르면, 유니버설 스튜디오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투어’는 지난 10일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 출시된 지 3주 만에 매출 약 1억달러를 기록했다. 애초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이 영화를 극장에 먼저 공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영화관들이 문을 닫자 예정된 개봉 일정에 맞춰 온라인에 출시했다. 디지털 대여료는 프리미엄 주문형 비디오(PVOD) 가격인 19.99달러로 책정했다.

결과적으로 ‘트롤: 월드투어’는 전편 ‘트롤’보다 더 많은 수익을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가져다 줬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트롤’은 2016년 10월13일 개봉해 5개월 동안 극장에서 1억5370만7064달러(약 1872억원)를 벌었다. 일반적으로 박스오피스 매출은 극장 체인과 제작사가 절반씩 나눠 가진다. 당시 배급을 맡은 드림웍스 픽처스가 가져간 몫은 약 7685만달러(약 936억원).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트롤: 월드투어’로 이보다 많은 약 8000만달러(약 974억원)를 챙겼다. 디지털 대여료 가운데 80%를 가져갔다.


'트롤' 속편 극장 개봉 없이 더 벌었다…영화산업 지형 바뀌나 원본보기 아이콘


유니버설 스튜디오 모회사인 NBC유니버설 최고경영자(CEO) 제프 셸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트롤: 월드투어’가 우리의 기대를 넘어 PVOD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극장이 재개관하면 우리는 극장과 PVOD 두 가지 포맷으로 영화를 공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전미극장주협회(NAT0)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성명을 내고 “‘트롤: 월드투어’의 성공을 새로운 표준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미국 최대 극장 체인인 AMC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유니버설 스튜디오 영화에 대한 보이콧까지 선언했다. 애덤 에런 AMC CEO는 “‘트롤: 월드투어’가 안방으로 직행한 것은 예외일 뿐”이라며 “유니버설의 일방적 행동에 다른 선택은 없다. 미국, 유럽의 어떤 극장에서도 유니버설 영화를 상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극장업계의 강력 대응은 전통적인 영화배급 생태계가 깨질 수 있다는 불안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 사정도 다르지 않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지난 8일 ‘트롤: 월드투어’ 상영을 거부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극장과 주문형 비디오(VOD) 동시 공개를 추진한다는 이유에서다. 두 회사는 “극장과 2차 부가 판권시장에서 동시 공개되는 영화는 개봉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부 방침”이라고 못 박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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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는 통상 2~3주간 유예 기간을 두고 부가 판권 시장에 공개된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이 틀에서 벗어난 영화들을 철저히 배제해왔다. 여기에는 넷플릭스 영화도 포함된다. 유예 기간이 아흐레로 늘어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관계자는 “기존 질서를 깨면서까지 콘텐츠를 수급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반적인 영화들과 동일 선상에서 경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 생태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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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트롤: 월드투어’는 오늘(29일) 멀티플렉스 3사 가운데 메가박스에서만 개봉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넷플릭스 영화(더 킹: 헨리 5세)에도 처음 빗장을 풀었다. 당시에는 유예 기간을 이레 늘리는 등 조율 과정을 거쳤으나 이번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관계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본사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결정한 사안이라서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며 “고객의 영화 감상 폭을 넓히고 내부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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