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한달…'처벌 가혹' vs '아직 필요' 논란 여전
"모든 책임 운전자에게 부담시켜" 민식이법 개정 청원, 동의 35만건 넘어
2015년 한국 10만명 당 아동 교통사고 사망자 9.1명…선진국보다 현저히 높아
고(故) 김민식 군 부모 "문제 있다면 법 수정해야"
지난해 11월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고(故) 김민식 군 부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임주형 인턴기자]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민식이법' 시행 후 한달이 지난 가운데, 해당 법안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반대 여론은 가중 처벌이 너무 가혹하며, 특히 어린이 교통사고의 책임을 온전히 운전자에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찬성 여론은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이미 이같은 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선진국에 비해 스쿨존 교통사고 사망자가 많은 한국에선 이 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특가법)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해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됐다.
이 중 특가법은 어린이 스쿨존 사고 가중처벌 조항을 담고 있다. 스쿨존에서 운전자 부주의로 13세 미만 아동을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운전자는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다. 상해 사고의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이 시행된 후 일각에서는 해당 법안이 운전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비판이 있다. 지난달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게시 후 한달여가 지난 29일 오전까지 35만건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해당 글에서 청원자는 "스쿨존 내 어린이 사망사고의 경우 (운전자가) 받을 형량이 '윤창호법' 내 음주운전 사망 가해자와 똑같다"며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행위로 간주되는데, 이런 중대 고의성 범죄와 순수과실범죄가 비슷한 형량을 받는다는 게 이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피할 수 없었음에도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어린이 교통사고 원인 중 횡단보도 위반이 20.5%로 성인에 비해 2배 이상 높은데, 운전자에게 무조건 예방하고 조심하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부당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반면 선진국에서도 이미 비슷한 법안이 시행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서 한국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가 선진국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민식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의 경우 스쿨존 설치 및 운영 기준은 '차량 통행이 어린이 보행 안전보다 결코 중요하지 않다'는 연방 교통안전시설편람 대전제를 따른다. 미국에서는 스쿨존 내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일반 도로 2배의 벌금을 부과하고, 해당 장소에서 2회 이상 과속할 경우 면허 정지 60일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또 정지한 스쿨버스(통학버스)를 그냥 지나치거나 추월한 경우에도 벌금·벌점을 부과하는 법규가 마련돼 있다.
스웨덴은 스쿨존을 더 확대시킨 '홈존' 제도를 도입, 어린이의 모든 활동 공간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홈존에서는 차량 통행이 아예 전면 금지되고, 주차장은 마을 외부에 설치해야 한다.
지난 2015년 기준 OECD 통계에서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9.1명으로, 스웨덴(2.7명), 노르웨이(2.3명), 영국(2.8명) 등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
논란이 확산한 가운데 고(故) 김민식 군 부모는 해당 법안에 보완이 필요할 경우 일부 수정해도 괜찮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군 아버지 김태양 씨는 28일 '노컷뉴스' 인터뷰에 출연해 "아이들을 지켜주자고 만들어진 법인데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며 "괜히 나섰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이어 "법을 발의하고 수정한 곳은 국회다. 감사하게도 법이 발의되고 통과됐는데, 그 과정에서 수정되고 보완된 곳은 국회였다"며 "이렇게 법이 만들어진 것인데 저희가 만들었다고 하시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운전자들의 우려와 혼란을 이해한다. 오해의 여지가 있다면 정부에서 풀어줬으면 좋겠다"며 "민식이법에 문제가 있다면 수정해도 좋다. 수정될 부분은 수정하고 보완될 부분은 보완해 완벽한 법으로 바뀌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는 개정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법 적용 후 상황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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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지난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번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몇 년 정도 꾸준히 시행을 해 봐야 한다. 정말 억울한 사례가 많은지, (민식이법이) 얼마나 효과를 가져오고 교통사고율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통계를 내봐야 한다"며 "앞으로 나오는 상황을 본 뒤 개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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