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N 상품에 투자주의 요구
소비자경보 '위험'발령에도
"금융당국 적절한 조치 안해
장기간 거래정지, 혼란 야기"

"ETF도 예고없이 월물교체"
삼성자산운용에 소송 준비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원유 상장지수증권(ETN) 상품이 거래 재개 이후 하한가로 직행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에 베팅해 제값보다 높게 상품을 구매했던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거 매물은 내놓은 탓이다. 레버리지 상품 특성상 상장폐지에 대한 우려가 커진 만큼 다음 거래일에 하한가를 맞는 종목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투자자들은 증권사와 금융당국이 잘못된 대응으로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를 키우고 있다며 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유폭락 분통…개미들, 줄소송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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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4개 레버리지원유ETN의시가총액은 2799억7500만원으로 전 거래일(지난 24일)에 기록한 4344억7500만원보다 1545억원이 줄어들었다. 거래 재개 이후 장 초반 4개 종목 중 일주일 만에 거래가 재개된 '삼성레버리지WTI원유선물'과 'QV레버리지WTI원유선물'이 하한가(60% 기준)를 찍으면서 시가총액이 내려앉은 것이다. 지난 21일(5187억6000만원)과 비교하면 4개 상품의 시가총액은 일주일새 2387억가량이 증발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몰렸던 '신한레버리지WTI원유선물'과 '삼성레버리지WTI원유선물'에선 하루 만에 996억2000만원, 477억5000만원이 날아갔다.

이는 유가하락으로 상품이 공중분해될 상황에 놓이자 개인들이 '팔자'로 돌아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지막 거래일인 22일 개인들은 신한레버리지WTI원유선물ETN을 19억957만원어치 사들였지만 27일엔 5억9210만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17일 이후 처음 거래된 삼성레버리지WTI원유선물ETN 투자자도 3939만원어치 주식을 시장에 내놓았다. '미래에셋 레버리지원유선물혼합ETN'과 'QV레버리지WTI원유선물ETN'도 순매수가 사라졌다.


ETN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지표가치(IV)와 ETN가격의 괴리율이 30%를 웃돌면서 4개 ETN상품은 3거래일간 매매 정지됐다. 시장에선 ETN의 거래 재개 시점이 다음 달 6일로 잡힌 만큼 다음 거래일에도 하한가를 맞는 종목이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레버리지WTI원유선물의 경우 괴리율이 352%에서 104%로 줄었지만, 실제 IV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기 위해선 한 번 이상의 하한가가 더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장기간 매매정지 상태에 놓였던 삼성레버리지원유ETN(331%), QV레버리지원유ETN(242%)의 경우 여전히 실제 가격보다 부풀려져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매매 정지 시점이 길어지고 6월물 유가도 불안정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투심이 매도로 돌아선 투자자들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개인들 간의 매수세만으로 쌓였던 괴리율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은 레버리지원유ETN상품에 대해 투자자에게 투자 주의를 요구하며 이례적으로 소비자경보 '위험'을 두 차례나 발령했다. 거래소는 유동성공급자(LP)의 추가 물량 상장으로도 괴리율관리가 되지 않자 부랴부랴 단일가 매매와 매매정지 조치를 내놓고 비정상적인 투심 잠재우기에 나섰다.


그러나 온라인 증권 게시판 등에서는 금융당국과 거래소의 잘못된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 투자자는 "LP가 매도호가 관리 기능을 잃었을 때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적절한 조처를 해야 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이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시행했던 거래정지 정책은 오히려 결과적으로 시장에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폭락장에서 무리하게 장기간 거래정지를 시키는 동안 괴리율이 커져 투자자들은 원하는 가격에 매도할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원유 ETN 상품뿐만 아니라 ETF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KODEX원유선물WTIETF' 상품을 예고 없이 6월물에서 7, 8, 9월물로 편입자산을 교체해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6월물 상승분을 ETF가 온전히 반영하지 못해 수익을 가져가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온라인에선 7000명에 달하는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삼성자산운용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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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투자자는 "투자설명서에 6월물을 추종하는 것으로 명백하게 적혀있음에도 불구하고 롤오버(자산 교체) 기간이 아닌 때에 사전에 공지 없이 월물교체가 이뤄졌다"며 "특히 자산 교체로 실시간자산가치(iNAV)가 23~24일 이틀 동안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이를 모르고 투자한 투자자들도 있어 피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삼성자산운용은 6월물 가격이 급락해 자산을 바꿀 수밖에 없었을뿐더러 iNAV와의 격차에 대해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공지했다고 반박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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