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브랜드숍 50% 세일은 처음인데, 매장엔 직원들만
백화점 봄 세일도 초라한 실적…뚫리지 않은 소비 절벽
자영업자, 따가운 눈총 감수 속속 영업재개 "일당도 못벌어"

9일 오후에 찾은 강남대로변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매장. 할인 행사를 진행중이지만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니다.

9일 오후에 찾은 강남대로변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매장. 할인 행사를 진행중이지만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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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조유진 기자, 최신혜 기자, 이승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소비절벽이 유통 업계의 파격 할인 행사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당장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가 유통 업계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주문에도 불구하고 '매출 0원'을 견디다 못해 영업 재개에 나섰지만 하루 일당도 벌지 못해 울상이다.

강남의 데상트 매장.

강남의 데상트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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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파격 행사에도 매장에는 직원만= 9일 오후 강남대로변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매장을 찾았다. 평소 북적이던 매장 밖은 사회적 거리두기 속 잰걸음으로 스쳐 지나가는 행인들만 드물게 눈에 띄었다. '제주 왕벚꽃 라인' 등 봄맞이 신제품 출시와 할인 행사를 알리는 팻말에도 매장 안은 손님 한 명 없이 텅 비어 있었다. 드문드문 손님이 들어설 때마다 직원 강수연 씨는 "1만원 이상 구매시 5000원 할인하는 마이숍 이벤트를 진행중"이라며 이벤트 행사 내용을 알렸지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없었다.


인근에 위치한 네이처컬렉션 매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찾는 손님 없이 마스크를 쓴 직원 2명 만이 매장 안을 지키고 있었다. 네이처컬렉션은 손님의 발길을 끌어들이기 위해 코로나19로 수요가 늘어난 품목들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중이었다.

9일 오후 찾은 비욘드 이마트 마포공덕점 매장 모습.

9일 오후 찾은 비욘드 이마트 마포공덕점 매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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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인 양보라 씨는 "우리 매장에서 50%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지만 손님들이 매장안에 아예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라고 울상을 지었다. 맞은편에 있는 의류 업체 데상트 매장의 직원 전예랑 씨는 "강남역 거리에는 오가는 사람이 여전히 늘지 않고 있다"며 "지난 2~3월 신상 제품은 계속 나오고 있지만 매장을 찾는 손님은 여전히 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부터 봄 정기세일을 시작한 백화점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롯데백화점은 정기세일을 시작한 3~5일까지 3일간 매출이 전주 대비 17.9%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봄 정기세일 첫 3일과 비교하면 매출이 14.2%,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19.5% 줄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3~5일 매출이 전주 대비 7.1% 늘었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18.2% 줄었다. 매출이 늘어난 품목은 명품이 유일하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백화점 매출이 최대 40%까지 감소했던 점을 감안하면 매출 감소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소비 심리는 여전히 절벽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백화점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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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거리두기 동참 더는 어려워"= 자영업자들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날 저녁에 찾은 수원의 한 오리고기 가게에는 '오늘부터 영업을 시작합니다'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한다며 문을 닫았던 곳이다. 사장 권선영(가명ㆍ51) 씨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해 매장을 찾는 손님 발길이 뜸해지며 주말 기준 매출이 80%가량 떨어졌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문을 닫았지만 더 영업을 안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영업을 계속 쉬면 매장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수입이 0원인 상태를 버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구로구에서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김미자(가명ㆍ48) 씨는 2주 동안 자발적 휴업에 들어갔다가 6일부터 문을 다시 열었다. 그는 "정부 취지에 동참하자는 의미에서 휴업했지만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고, 손에 쥔 것은 단돈 5만원"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표정 역시 사업주만큼 복잡하다. 정부가 연일 강도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다 보니 쉽사리 음식점이나 유통 매장을 찾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을지로에서 만난 직장인 최용훈(35) 씨는 "계속 집밥을 먹다 너무 답답하고 지쳐 최근에 사적 모임을 갖고 단골 식당에 방문을 했다"면서 "우리도 이렇게 답답하고 지쳐가는데, 장사를 하는 사람 마음은 오죽할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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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의류 매장에서 할인 상품을 둘러보던 주부 이선희(32) 씨는 "이제 시민들도 지칠 만큼 지친 것 같다"면서 "마스크를 끼고 조심하면 될 것 같아 이런 행사가 점차 많아지는 게 소비 진작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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