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국에 인출해주는 가상통화

학계, 발행규모 5000억달러로 확대

할당비율도 신흥국 위주로 바꿔야


게오르기에바 총재 "할당 검토중"

16일 춘계회의서 본격 논의 전망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위기가 번지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이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SDR은 외화 사정이 좋지 않은 IMF 회원국에 인출해주는 일종의 가상통화다. 선진국대비 경제상황이 더욱 취약한 동남아, 라틴아메리카 신흥국들과 국제경제학계를 중심으로 SDR 규모를 확대하고 인출 비중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들어 SDR에 주목한 쪽은 학계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IMF에 SDR 발행 규모를 금융위기 때보다 2배인 5000억달러로 늘리고 할당비율도 바꿔야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케빈 갤러거 보스턴대 교수는 "신흥국 경제에 충격이 적은 효과적 지원을 위해서는 SDR 지원이 꼭 필요하며, 코로나19 사태의 영향력을 감안해 발행규모도 금융위기 당시보다 2배이상, 적어도 5000억달러는 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위기 때처럼 선진국 위주의 할당을 막기 위해 SDR 할당비율 개선에도 서둘러야한다"고 덧붙였다.

SDR을 지원받은 국가의 중앙은행은 이를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 바꿔 필요한 외화로 교환할 수 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IMF는 2500억 달러 규모의 SDR을 발행해 회원국들을 지원하는 효과를 거뒀다. 특히 SDR은 상징적으로는 IMF로부터 빌린 자금이지만, 만기일이 없고 국가 부채에 포함되지도 않기 때문에 신흥국 경제에 부담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SDR 규모 확대는 최근 신흥국의 경제위기 우려와 맞물려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14개 국가는 IMF에 44억8000만달러의 구제금융을 요청한 상태다. 다른 지역 신흥국들 역시 이런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발행을 하더라도 정작 지원을 필요로 하는 신흥국이 혜택을 입을 가능성이 적다는 점도 문제다. IMF 회원국 전체의 결의과정을 거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SDR 할당이 IMF 지분율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다. 미국 등 선진국의 지분율이 저개발국가 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SDR의 수혜 역시 선진국이 우선적으로 입게 된다는 얘기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 발행된 SDR를 보면 OECD 회원국들이 받은 할당은 전체의 59.6%에 이르렀지만 저개발국가 31개국에 할당된 비율은 전체 8.8%에 불과했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총리도 지난달 한 언론에 기고를 통해 "IMF는 신흥국 시장의 대규모 자본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 중심으로 된 SDR 할당방식을 바꿔야할 것"이라며 "전세계적인 공조가 가능하다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각국이 재정부양책에 쓴 전세계 총생산(GDP)의 2% 규모를 뛰어넘는 재정부양자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SDR 할당비율 조정에 부정적인 입장도 내비치고 있다. 마크 소벨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 회장은 "SDR의 발행은 물론 할당비율 변경을 위해서는 회원국 전체의 결의가 필요하며, 합의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당장 긴급 자금이 필요한 신흥국 지원에 적합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은 신흥국 경제에 중장기보다는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큰 만큼 긴급한 자금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AD

IMF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SDR 확대 여부 등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 3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와의 합동 언론브리핑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지역 등 85개 이상 신흥국들로부터 금융지원 요청이 들어온 상태이며, IMF는 여기에 대응해 1조달러 규모의 대출여력을 갖고 긴급 금융지원에 나설 것"이라면서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사용된 SDR 할당도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어 "많은 회원국들로부터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빨리 사용하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16일 열리는 IMF 춘계회의에서 이런 문제가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