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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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으론 아르바이트생이 김밥 한 줄, 라면 한 그릇도 못 사먹나." 어느 '개념' 있는 연예인의 발언을 정치권과 노동계가 부풀린 데 대해 필자가 '최저임금, 약인가 독인가' 정책 토론회에서 던졌던 반문이다. 하루 4만5000원을 벌면 물론 라면에 김밥까지 사먹을 수 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목소리는 묻혔고 최저임금은 가파르게 올랐다. 2015년 당시 시급 5580원이던 최저임금이 지금은 8590원이다. 하루 8시간 일하면 6만9000원을 받는다. 그렇다고 밤낮을 가리지 않는 편의점의 알바가 모두 만족할까.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으로 알바 일자리는 수없이 사라졌다. 단순 직종에 종사하는 저임금 근로자들은 지금도 사업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노동자가 존중 받는 사회. 그 꿈은 왜 멀어진 걸까. 소득 불균형이 심화된 이면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있다.


최저임금은 개별노동의 최소가격을 강제하는 제도다. 1928년부터 국제노동기구(ILO)의 주도로 세계 경제공황 이후 각국에 보급됐다. 맞벌이 부부나 대학생의 알바 소득까지 합해진 가계소득과는 다른 개념이다. 최저임금을 가구당 생계비로 가정하는 게 첫 번째 오류다. 최저임금으로 소득을 늘리는 순기능은 사업주가 감당할 수 있을 때라야 가능해진다.

지불능력이 없는 사업주는 직원을 줄이든지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주든지 선택을 해야 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작년엔 최저임금에 미달한 사업장 비율이 16.5%까지 늘었다. 사업주 열 명 가운데 한 둘은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범법자로 전락했다. 사업주의 지불능력까지 국가가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게 두 번째 오해였고 착각이었다.


최저임금 논쟁은 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진행된다. 사장은 혼자고 근로자는 여럿이다. 정치권의 이해득실과 약자에 대한 배려에 더해 노동계는 사측의 탐욕을 공격하고, 사측은 사업장의 유지를 위해 근로자를 설득하는 방어적 입장이 된다. 외국에 비해 협소한 최저임금의 산입범위와 주휴수당, 업종과 연령, 지역과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는 단일임금제로 최저임금이 왜곡되고 있다. 통계의 의도적인 오독(誤讀)과 진영논리가 이 제도의 역기능을 키웠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추정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9년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63%수준이다. 지금의 기준으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 국가 중 6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경제가 가라앉고 있다. 소비 침체와 관광객 감소,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는 더 심각하다. 중소기업의 70%가 현재의 상황에선 6개월을 버틸 수 없다는 조사결과는 엄중하다. 재난적인 상황에서 노동계의 주장과 해법은 엉뚱하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한 투쟁을 밝혔고 민주노총은 투쟁 슬로건을 '먹고살자 최저임금'으로 정했다.


우리 경제의 현실이 더 심각한 데에는 70%에 달하는 대외의존도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다.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과 주당 52시간제의 시행으로 이미 장기불황에 빠져들었다는 점이다. 당장은 재정투입의 효과가 있겠지만, 점차 상황은 악화되고 사업장 폐쇄는 늘어날 것이다. 최저임금을 놓고 노사가 대립하기보다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임금협상은 기업의 노사합의에 맡겨두자. 극심한 불황에도 역할을 하겠다면, 최저임금을 동결해 근로자를 설득하고 사용자를 격려해야 한다. 그게 직장을 떠나고 있는 근로자들과 생존의 기로에 선 기업에 대한 배려이고 예의다. 지금은 회사의 생존을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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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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