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멈춰선 시간, 경제의 적이다
'병에 걸려 죽지 않으면 굶어 죽을 것이다.' '치료가 병보다 더 나쁠 수 있다. 사람들은 다시 일터로 가야 한다.' 지난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반대하는 한 지지자와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대화 내용이다. 2억1000만명 인구의 브라질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늦게 시작됐지만 무서운 기세로 확산하고 있다.
'나는 바이러스보다 굶주림이 더 두렵다.' 인도 델리로 일하러 온 이주노동자의 말이다. 지난달 말 13억 인구의 인도에선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전국에 3주간 봉쇄령을 내렸고, 도시로 온 수십만 이주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가난은 사람의 건강과 목숨도 값싸게 한다.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고 빈곤한 나라에서 격리나 봉쇄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고통이다. 저소득 국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제대로 지켜질 수 없는 슬픈 현실이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100만명이 넘었지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곡선의 기울기는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는 선진국들의 과실이 크다. 유럽ㆍ미국ㆍ일본이 처음에는 강 건너 불 보듯 무심하다 뒤늦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태를 맞고 있다. 불붙은 마스크 논쟁은 감춰졌던 선진국의 민낯을 보는 것 같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주요 20개국(G20)과 같은 강력한 국제공조가 있었더라면 코로나19는 팬데믹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일찍 매를 맞았지만 그런 대로 잘 지켜냈던 아시아 국가들이 이제는 다시 제2차 코로나19 공습을 받고 있다.
방역의 모범국으로 칭송을 받았던 인구 570만명의 싱가포르는 3월 중순 누적 확진자가 200명 남짓이었지만 계속 늘어나 지난주 1000명을 넘었다. 싱가포르는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선 우리나라와 공통점이 많다. 신규 확진자의 25% 정도를 차지하는 해외 입국자는 유럽ㆍ호주ㆍ미국 등 늦게 팬데믹이 일어난 나라들에서 들어왔다. 이 외에도 그 경로를 알 수 없는 지역 감염자들이 다수 늘어났다. 싱가포르 정부는 더욱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해외입국 전면 금지조치, 야간 영업규제 강화로 대응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예로 보건대 우리나라도 팬데믹 곡선을 제어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유럽, 미국에서 바이러스가 정점을 지나 하향추세에 들어선다고 해도 팬데믹은 쉽게 종식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중남미 나라들처럼 늦게 감염이 시작된 나라들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팬데믹은 '끝나야 끝나는' 것이다.
이런 전망 때문에 정부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가까운 장래에 확진자가 눈에 띄게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질수록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는 더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멈춰선 시간은 경제의 적(敵)이다. 아무리 돈을 퍼부어 금융시장을 안정시켜도 기업의 빚은 늘어나고 가계는 피폐해지고 정부의 재정은 악화된다.
팬데믹의 장기화에 대비해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그 경제적 비용을 꼼꼼히 따져보고, 비용 대비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방안을 제시해 극도로 위축된 경제활동에서 벗어날 길을 찾아야 한다. 현재 방역에 가장 성공적인 대만(3일 기준 확진자 348명)은 지켜야 할 세부적 지침을 정해 2월 말 다시 학교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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