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얼어붙은 M&A시장…제록스, HP 적대적 인수 포기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올해 1분기 인수합병(M&A) 시장이 얼어붙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과감하게 기업 인수 등을 추진하기보다는 현금을 확보하고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JS)이 시장정보업체 딜로직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이뤄진 M&A 규모는 5717억7000만달러(약 700조원) 수준으로 전년동기대비 33% 가량 감소했다. 이 중 미국에서 이뤄진 M&A는 2001억6000만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이러한 M&A 감소세는 코로나19에 따른 여파가 미친 것이다. 지난 2월 마지막주에만 해도 글로벌 M&A 규모는 783억4000만달러에 달했으나 지난달 후반부부터 거래가 급감했고 지난달 셋째주와 마지막주는 각각 154억5000만달러, 23억2000만달러 규모로 줄었다.
당장 기업인들이 M&A를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코로나19가 새로운 장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은행들이 가계·기업 등의 대출 문제에 집중하고 있고 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을 설정하기 어렵다거나 비밀 유지를 위해 진행해야하는 대면 회의 등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이날 복사기·프린터 제조사 제록스는 그동안 추진해왔던 PC업체 HP에 대한 적대적 인수를 중단키로 했다. 제록스는 성명에서 "코로나19로 촉발된 시장 혼란과 거시 경제 불확실성 등의 제반 환경이 HP 인수를 계속 추진하는데 생산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고 밝혔다. 제록스는 이에 따라 HP 이사회 후보를 지명하지 않을 예정이고 인수 제안도 철회했다.
앞서 지난달 제록스는 HP 투자자들에게 주당 18.4달러와 0.149 주식 등 모두 24달러 상당의 현금과 주식 제공 등을 포함한 적대적 인수합병을 제안했고, HP는 이를 거절했다. 양사의 합병은 2006년 한국의 KT&G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기도 했던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칸의 주도로 지난해부터 11개월 이상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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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M&A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여파는 월가의 투자은행들에게도 미칠 가능성이 높다. M&A 과정에서 역할이 큰 투자은행들의 수익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 골드만삭스의 M&A 및 기업공개(IPO) 관련 수익은 전체 수익의 20%를 차지했다. 짐 울리 킹앤스팔딩 M&A 및 기업거버넌스 담당 책임은 "현 시점에서는 현금이 귀한 상태"라면서 "기업들이 일정 수준의 수익이 확실히 예상될 때까지 전통적인 합병은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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