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안정기금 처방, 30년 전 이미 실패했다"
[위기의 경제, 탈출구는]⑤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단기·인위적 처방은 성공 못해
증시 정부개입 오해만 되풀이 우려
장기투자금 유입제도 마련 절실
퇴직연금의 주식투자가 대표적
장기투자 세제혜택 등 유인책으로
부동산에 쏠린 자금도 유입
금융교육 통해 투자인식도 바꿔야
코스피(KOSPI) 지수는 1980년 1월4일 100으로 시작해 1989년 3월31일 1000에 도달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올라갈 것으로 보이던 코스피는 1989년 4월1일 1007.8로 정점을 찍은 후 추락하기 시작했고 정부는 증시의 가파른 추락을 막기 위해 부양책을 내놓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증시안정기금이다. 증권회사들이 일정금액을 부담해 증시를 안정화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인위적 증시 개입이라는 오명도 갖게 됐다. 침체를 거듭하던 증시는 3년6개월 만에 450을 기록한 후 다시 상승을 시작했다. 상승하던 국내 증시는 1997년 유동성 위기로 또 한 번 폭락을 경험한다. 1995년 하반기 1017까지 상승했던 주가지수는 280까지 내려갔고 정부는 증시의 폭락을 막기 위해 여러 정책을 기안하게 됐다.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처방전은 이번에는 외국인 투자 한도를 100%까지 허용하는 안을 내놓았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도록 하게 함으로써 주식가격을 떠받치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1987년부터 33년이 흐른 지금 국내 증시뿐 아니라 세계 증시는 일전에 전혀 보지 못한 변동성을 경험하고 있다. 국내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해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1989년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증시안정기금이다. 단기적이고 인위적 처방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가 없다. 오히려 증시의 정부개입이라는 잘못된 오해만 되풀이할 소지가 있다.
국내 증시가 지속적 성장을 하기 위한 정책 중 가장 효과가 있는 세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첫 번째는 단기성 자금이 아닌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자금이 주식시장에 꾸준히 유입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퇴직연금제도이다. 미국의 퇴직연금제도인 401(K)이 좋은 예다. 1980년 401(K)이 도입된 후 미국의 주식시장은 끊임없이 성장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퇴직연금제도는 잘못돼 있다. 잘못된 제도로 인해 몇백조 원에 이르는 자금이 주식시장에 투자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의 퇴직연금 규모는 218조원(2019년 말)에 이르고 있고 해마다 큰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 자금이 원금보장성의 보험상품이나 은행예금에 들어가 있다. 퇴직연금의 주식투자 비중은 안타깝게도 세계에서 꼴찌 수준이다.
두 번째는 부동산에만 쏠려있는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돼 자본의 생산성이 높아져야 한다. 국내 가계 자산의 80%가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결코 일본의 실패 사례를 답습하면 안 된다. 일본의 경우 부동산에 대한 맹신, 주식투자를 불로소득이라고 경멸하는 잘못된 인식이 과거 30년 동안 경제 후퇴를 가져온 사실이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에 치중된 자산을 주식시장으로 꾸준하게 유입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보다 주식을 소유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실제로 시간을 길게 보면 주식이 부동산보다 훨씬 가치가 상승했다는 사실을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른다. 외국처럼 주식에 관한 교육을 어려서부터 해야 하고 교육현장에서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가장 효과적 방법은 장기투자를 한 사람들에게 세금혜택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식을 1년 보유한 사람과 5년 보유한 사람들에게 세금 부과를 차등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세 번째는 금융교육이다. 금융교육을 통해 주식투자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노후준비에 주식투자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주식투자를 단기적으로, 마치 카지노에 온 것처럼 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한국의 주식투자문화를 바꾸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특히 1년에 30조원에 이르는 사교육비를 우리 자녀들의 경제독립을 위한 투자로 주식시장에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일본이 경제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국민의 금융문맹에서 비롯됐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50%에 육박하고 빈부격차가 점점 악화되는 이유 또한 금융문맹에 원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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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열거한 세 가지 정책이 조화를 이룬다면 국내 증시는 오랜 기간 꾸준하게 성장할 것이고 많은 한국인의 노후 생활 또한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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