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文정부 '금융혁신 1호'마저 발목 잡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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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지난해 말 세계 최대 포털 기업인 구글이 씨티그룹과 손잡고 수표 발행이 가능한 은행계좌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 세계 금융 및 IT시장을 강타했다.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에서 사용이 가능한 간편 결제 서비스 '페이스북 페이'를 선보였다. 애플은 골드만삭스와 함께 '애플카드'를 직접 출시했다. 아마존은 '아마존 페이', '아마존 캐시', '아마존 렌딩' 등의 금융서비스를 내놓으며,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사업에 뛰어들었다. 전 세계 IT 공룡이 전통 금융업에 뛰어들면서 '테크핀(Techfin, 기술기반금융)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대표 IT기업인 KT가 참여한 케이뱅크가 2017년 4월 인터넷전문은행 1호로 화려하게 출범했다. 이어 세 달 뒤에는 카카오뱅크가 문을 열었고 출범 2년 만에 가입자 1100만명을 넘어서며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정부도 금융과 기술이 주도권을 다투는 시대가 온다며 일찌감치 금융과 ICT기술의 융합을 통한 핀테크과 테크핀 활성화를 부르짖어 왔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현재 케이뱅크는 자본금 부족 탓에 신규 대출이 완전히 멈춘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KT를 포함한 IT업계가 이번 개정안 통과를 그토록 고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지난 4일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숙원이 이뤄지는 듯 했다. 하지만 하루 뒤 상황은 반전됐다. 국회 본회의에서는 부결로 결론나면서 ICT 기업이 테크핀을 주도할 기회가 무산됐다. 케이뱅크를 비롯해 금융산업 혁신을 내건 대형 ICT 기업은 좌절했다. 케이뱅크는 준비했던 각종 신사업 및 혁신 서비스를 또 다시 내려놔야 했고 해외사업마저 제동이 걸릴 위기에 처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도 금융사업에 악영향이 미칠 우려가 커졌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은 그 자체가 ICT기업에 은행업 진출의 활로를 터 주는 '활성화'의 취지가 담겨있는 '특례법(特例法)'으로 태어났다. 업권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기업간의 '이종융합', '합종연횡' 시대에서 뒤쳐질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탄생한 산물이다. 하지만 여전히 장벽은 높다. 해묵은 '대주주 자격 제한'에 묶여 있는 사이 국내 ICT 기반 '금융혁신'은 후퇴하고 있다. 반면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호출ㆍ공유 서비스 기업 '그랩'은 디지털은행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이미 핀테크 강자로 급성장했다. 한국과는 달리 정부 당국이 서비스 활성화 기회를 충분히 주고, 현장 목소리를 들으면서 규제를 완화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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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2017년 KB국민은행 창립 16주년 기념식에서 "앞으로 은행의 경쟁자는 구글과 아마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국회도 4월이 사실상 끝이다. 국회 종료 전까지 한 두 번 회의가 열릴 가능성은 있다. '금융제국'을 기치로 건 글로벌 IT 공룡들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집어 삼키려 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할 것인지 곱씹어볼 마지막 기회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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