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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정의의 여신 유스티치아는 한 손에 칼을 들고 눈은 가리고 있다. 눈을 가리는 이유는, 눈에 밟히는 사람은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공식적으로 언론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정의의 여신 유스티치아를 언급했다. 김 위원장이 유스티치아를 거론하면서 '칼바람'을 예고했을 때만 해도 정치권과 언론 대부분은 물갈이가 가능할지에 대해 의구심 섞인 시선을 보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이제 더 이상 통합당 내에서 김 위원장이 가시적인 물갈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수도권 뿐 아니라 통합당의 텃밭인 부산ㆍ경남(PK), 대구ㆍ경북(TK) 지역에서도 중진 의원들이 연이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그의 뚝심에 정치권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당초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총선기획단은 21대 총선에서 현역 의원의 절반 이상을 교체하고 3분의 1이상을 컷오프하겠다는 대대적인 물갈이 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컷오프당한 의원들의 반발과 부진한 중진들의 용퇴 등으로 인해 물갈이가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섞인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TK 의원들은 황교안 당대표와의 오찬에서 "우리가 식민지냐"며 불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보수통합 문제와도 얽히며 한때 공관위의 위상이 위협받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같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물갈이 대상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리며 불출마를 종용하는 '스텔스 공천'을 바탕으로 중진들의 용퇴를 이끌어냈다.


또 10명의 현역이 불출마 의사를 밝힌 PK 지역에 비해 TK 지역의 불출마 선언이 지지부진하자 이달 19일로 예정됐던 TK 면접을 하루 연기하며 우회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그 영향으로 지난 20일 오전에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인 김광림 의원과 초선인 최교일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TK 지역 불출마 의원이 5명으로 늘어났다. 강효상 비례대표 의원도 대구 달서병 대신 서울 강북 지역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국회의장 시절에도 강한 뚝심으로 유명했다. 최연소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직후인 2008년 9월의 일이다. 그는 예결특위에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않고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됐다는 사실을 알고 친정이기도 한 당시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요구를 거부했다. 그 해 말 여야간 입법전쟁 당시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요청을 거부하고 마지막까지 여야의 중재를 성사시켰다. 후진적 국회를 개선하기 위해 직권상정을 없애야 한다고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1947년생으로 경남중ㆍ고를 졸업한 그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민주자유당 후보로 공천받아 정계에 입문, 부산 영도에서 5선을 한 후 국무총리ㆍ대통령 정무비서관,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 당 사무총장 및 원내대표 등을 두루 거쳤다. 휴대폰 불법 감청ㆍ도청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하고,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특허권 기술료 소송을 제기해 미국 퀄컴사로부터 2억달러 규모의 손해배상을 받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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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전히 김 위원장에게는 남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 중에서도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 당 중진들의 거취 결정이 임박했다. 홍 전 대표는 공관위로부터 서울 강북지역 출마를 요구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양산에 예비후보 등록 후 선거사무소를 차렸다. 김 전 지사 역시 수도권 험지 출마를 거부하고 고향 출마를 고집하고 있는 상태다. 끝까지 버티는 이들을 대상으로 김 위원장의 '칼바람'이 먹힐 것인지 아니면 타협안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통합의 여파로 공천 과정에 일고 있는 잡음도 정리해야 한다. 미래를위한전진4.0 출신으로 통합당에 합류한 이언주 의원이 부산 중구ㆍ영도구 전략공천을 시사하며 지역구 내에 파장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지며 공관위와 김 위원장의 칼이 무뎌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같은 일탈행위에 엄중 경고를 보내고, 지난 23일 이 의원만 따로 불러 눈물을 쏙 뺄 만큼 혹독한 단독면접을 실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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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과정에서 가장 큰 뇌관이 될 수 있는 TK 지역의 공천 면접도 내달 2일부터 시작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러 차례 면접이 미뤄졌지만 중진의 추가 용퇴를 압박하기 위한 '지연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한 손에 칼을 든 채 끝까지 공정하고 뚝심이 강한 눈가림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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