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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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기업의 경영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자본시장법ㆍ상법 시행령 등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관련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대선 공약부터 재벌개혁을 내세웠고 전통적으로 선거의 단골 메뉴이기도 했다.


현 정부가 초기 재벌개혁을 위해 추진한 정책 방식은 법률 개정이었다.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집중투표 및 전자투표 의무화, 사외이사에 대한 자격제한 강화 등 기업 지배구조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기업집단의 소유구조 규제 강화를 위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등 다양한 재벌개혁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법안을 통과시키기에 20대 국회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정부가 차선으로 선택한 방식은 대통령, 행정규칙 등 행정입법을 개정하거나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방식이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시행령, 자본시장법 시행령, 상법 시행령, 증권 발행 규정 등을 개정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27일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위한 가이드라인까지 의결했다. 단 몇 개월 사이 기업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하위법령이 정신없이 의결되고 시행됐다.


하위법령을 통한 기업 지배구조 관련 규제강화는 절차적인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크다.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령 내용 중 국민연금이 기업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힌 것은 기업 활동의 핵심적인 사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과 다름없다.

사외이사의 자격을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도 마찬가지다.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논란까지 있는 사항이기 때문에 반드시 법률로 개정해야만 한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그 파급력은 막대하다. 상장사 사외이사 712명을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일시에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사외이사 대란이 벌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사외이사를 구하기 어려운 중소ㆍ중견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또 사외이사로 취임할 수 있는 경영전문가가 적다 보니 관료, 교수의 사외이사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인다는 상법 시행령 개정 취지에 배치된다.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령도 기업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활용해 기업 경영에 개입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은 오로지 국민연금을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해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의 경영진 교체, 정관 변경 요구 등 경영개입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지배구조에 있다. 국민연금 기금의 최고 의사결정 기관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게다가 기재부, 농림부, 산업부, 고용부 등 주요 부처 차관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당연직 의원으로 참석한다. 정부가 기금운용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정부가 특정한 기업정책을 실현하거나 기업의 지배구조를 정부가 원하는 데로 유도하기 위해 국민연금을 활용할 수 있는 구조다. 이러한 국민연금의 기업 경영개입은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설립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다수의 전문가와 기업들이 국민연금의 독립성, 전문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자 정부는 국민연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 수탁자전문위원회 등 전문위원회를 개편하고 일부 비상임위원을 상임위원으로 교체하는 등 제도를 개선했다. 하지만 기금운용위원회 자체의 지배구조는 건드리지 않았다. 기금운용위원회에 정부 인사 참여라는 문제의 핵심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돌발변수, 지속적인 수출과 내수 부진 등 기업 경영환경이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다. 여기에 전방위적인 지배구조 규제 강화로 인해 기업 경영의 자율성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해있다. 내우외환에 처한 기업들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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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법학박사)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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