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리고 보자"…ESS 화재, 민관의 총체적 부실
경제성만 보고 뛰어든 기업
돈 되는 아이템 우후죽순 설치
정책 '보급확대'에만 방점
보급만 있고 안전은 없는 정부
재생에너지 연계형 ESS 설치
열폭주 안전성 시험 평가 등
재발방지책 내년에나 나올듯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문채석 기자]"정부 정책 프레임에 갇혀 산업 진흥에만 집중하다 보니 부작용이 뒤늦게 곳곳에서 터지는데 원인 규명이 쉽지 않아요. 문제점을 제대로 모르니 대책도 어정쩡한 행정 실패 사례입니다. 오죽하면 원인을 모르는 게 원인이라는 말이 나올까요."
에너지저장장치(ESS) 연쇄 화재 사고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 전직 고위 관료의 관전평이다. ESS 화재 사고의 2차 원인 규명을 놓고 조사단과 배터리 업계가 막판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 신산업 육성에만 몰두한 민·관의 총체적 부실이라는 비판론이 일고 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ESS가 '돈 버는 아이템'으로 각광을 받자 대기업은 물론 영세한 중소기업까지 경제성만 보고 ESS시장에 뛰어드는 과정에서 '안전 관리'는 뒷전으로 밀린 결과라는 지적이다.
◆ESS 정책 한개 빼고 전부 '보급 확대' 방점= 15일 본지가 ESS 산업 부흥기였던 2013~2017년 당시 산업부가 내놓은 ESS 유관 정책 수십 건을 확인한 결과 한 건을 제외하고는 'ESS 산업 활성화 및 보급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책이었다. 한 건은 노영민 당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의 지역구가 있던 충북혁신도시에 ESS 시험평가센터를 건립하는 인증·안전과 관련한 내용이다.
당시 정부는 ESS를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 기기로 점찍고 기업과 개인사업자에게 투자의 문을 활짝 열어줬다. 2013년 4월 정부는 고효율 인증 제도를 도입해 KS 인증을 보유한 중소·중견기업의 공장 심사를 면제해주고 인증 소요 기간과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ESS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는 정책을 쏟아냈다. 2015년에는 전력시장운영규칙을 개정해 ESS의 전력시장 참여를 허용하고 한국전력 한국전력 close 증권정보 015760 KOSPI 현재가 38,750 전일대비 900 등락률 -2.27% 거래량 3,102,994 전일가 39,65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1분기 대기업 영업이익 156조원…삼전·SK하이닉스 ‘반도체 투톱’이 60% [클릭 e종목]"한국전력, 쉽지 않은 상황...목표주가 25%↓" '중동 휴전' 호재에 코스피·코스닥 상승 마감 예산 6000억원 이상을 들여 주파수 조정용 ESS 시범 사업을 펴는 등 ESS 띄우기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였다. ESS로 저장한 전기를 비상 전원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ESS 전용 전기요금제도 도입했다. 장관은 LG화학 LG화학 close 증권정보 051910 KOSPI 현재가 374,000 전일대비 18,500 등락률 -4.71% 거래량 407,694 전일가 392,5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1분기 대기업 영업이익 156조원…삼전·SK하이닉스 ‘반도체 투톱’이 60% LG화학, 황체기 보조요법 난임 치료제 '유티프로' 출시 [클릭 e종목]"LG화학, 뚜렷한 상저하고 흐름 기대…목표가↑" 이나 LS ELECTRIC LS ELECTRIC close 증권정보 010120 KOSPI 현재가 259,000 전일대비 21,000 등락률 -7.50% 거래량 1,471,082 전일가 280,0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투자금 부족, 반대매매 위기...연 5%대 금리로 당일 해결 기회를 살려주는 주식자금 활용법? 4배 투자금을 연 5%대 금리로 코스피, '삼전닉스' 업고 사상 첫 7800대로 마감 등 현장을 찾아가 대기업의 투자를 독려하고 정부의 정책 성과를 점검하는 홍보 행보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덕분에 LG화학과 삼성SDI 삼성SDI close 증권정보 006400 KOSPI 현재가 614,000 전일대비 22,000 등락률 -3.46% 거래량 1,100,294 전일가 636,0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1분기 대기업 영업이익 156조원…삼전·SK하이닉스 ‘반도체 투톱’이 60% 최대 4배 투자금을 연 5%대 금리로? 신용미수대환도 OK 조정 나올 때가 저가매수 타이밍? 4배 투자금으로 기회 살려볼까 등 대기업은 ESS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 셀 판매의 초호황기를 맞았다. 'ESS를 손쉽게 설치하면 전기를 팔아 금세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영세 중소기업도 무분별하게 사업에 뛰어들었다. 정부는 당시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에게 보증 부담을 줄이고 금리를 우대하는 금융 상품을 출시하고 초기 투자금 없이도 임대 사업이 가능한 렌털 상품까지 내놓자 ESS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순식간에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불과 10년이 지나지 않아 안전에 대한 정부의 규제 및 사업자의 관리 소홀 부재는 화마에 휩싸인 시장을 고사 직전으로 내몰리게 했다. 업계 관계자는 "거친 표현이지만 개나 소나 다 ESS 사업을 하는 시절이었다"면서 "정부도, 기업도, 개인도 안전 관리에는 신경 쓸 겨를 없이 돈 버는 데 치중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고 지적했다.
◆원론에 그친 재발 방지책= 2차 조사단은 총 5건의 화재 가운데 1~2건을 배터리 시스템 결함으로, 나머지는 설치 관리 미흡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고 원인 규명과는 별도로 재발 방지 대책은 원론적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국내 ESS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전문가 사이에서 화재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재생에너지 연계형 ESS 설치 기준이나 열폭주 안전성 시험 평가 등의 실질적인 대책은 이번에도 빠진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예산 51억원을 들여 전력연구원에 'ESS 안전 확보를 위한 실증 기반의 안전성 평가지표 개발 및 시설 기준 제정' 연구용역을 맡겼지만 결과는 내년 연말께야 나온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검은 월요일에 줍줍 하세요"…59만전자·400만닉...
기업이 제품을 상용화하기 전 열폭주를 미리 막는 시험 평가 체계도 내년 하반기에야 마련된다. ESS 시험평가센터가 지난 1일부터 가동에 들어갔지만 1MW급 전력변환장치(PCS) 시험평가만 가능할 뿐 화재 원인으로 꼽히는 열폭주 인증 설비는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에는 그동안 ESS 인증 시스템을 총괄하는 기관과 장비가 없었는데 이달부터 1MW 이하 PCS 시험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열폭주 테스트 설비는 내년 하반기까지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