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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 "강제징용, 국제중재 맡기고…韓日관계 개선 방법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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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가 27일 서울 모처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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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최일권 아시아경제 국제부장, 정리= 정현진 기자] 2019년 한국과 일본은 '최악의 관계'를 경험했다.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올해 7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강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문제까지 끊임없는 갈등의 연속이었다. 양국 갈등은 관광, 소비 위축 등 민간 교류로 확산됐다. 한일 정상이 지난 24일 다시 대면한 것은 이런 흐름의 전환점이 됐다.


한일문제 전문가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 소장 겸 일본학 교수는 "강제징용 문제는 국제중재에 맡기고 양국관계가 다시 풀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3년 한국에 귀화한 호사카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일본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일본인이지만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한일문제를 바라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도영유권 문제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며 관련 저서를 다수 펴냈으며 2013년 한국 정부로부터 공을 인정받아 홍조근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개월만에 첫 회담을 가진 것과 관련해 양국 관계개선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한국쪽 보다 일본쪽 요인이 강하게 작동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27일 아시아경제와의 송년 인터뷰에서 올해 한일관계 평가와 내년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언급하면서 내년 도쿄올림픽과 아베 총리를 둘러싼 스캔들이 일본을 결국 대화의 장으로 이끌었다고 총평했다.


그는 "내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일본의 가장 큰 고민은 관광객 유치"라면서 "목표인 4000만명 가운데, 1000만명을 한국인 관광객으로 채운다고 생각했는데, 일본이 수출 규제조치를 취했을 당시 그 부분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면서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결국 올림픽 흥행까지 망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과 오염수 처리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일본에 상당한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올림픽에 사활을 거는 것은 아베 내각의 정치적 위기와도 관련이 깊다. 최근 아베 내각은 정부 주최 '벚꽃을 보는 모임'을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벚꽃 스캔들', 집권 자민당 의원이 중국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카지노 스캔들' 등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지지율이 수직 하락하고 있다.

호사카 교수는 잇단 스캔들에 대해 "정권 말기 현상"이라고 정의하면서 "재신임을 얻기 위해 중위원을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치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총선 승리에는 조건이 있는데,규슈, 오키나와, 홋카이도 등 한국의 불매운동으로 경제가 어려워진 지역 사람들의 표를 끌어들여야 한다"면서 "그걸 만회하기 위해서는 한국사람이 다시 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내에서 정치적 어려움을 겪는 아베 총리가 한국인 관광객 재유치를 통해 지역경제와 올림픽을 동시에 살려 위기 극복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그는 중의원 선거 시점을 ▲내년 1월20일 정기국회 개회 직후 ▲한국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수출 규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문제 해결 시점인 3월 이후, 그리고 ▲7월 도쿄올림픽 이후 등 세가지 시점을 거론하면서 '내년 올림픽 개최 이후'에 보다 무게를 실었다.


◆"강제징용해법, 국제사법재판소에 맡겨야"=하지만 이런 의도의 관계개선은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 결국 한일관계 개선의 근본적인 해법은 갈등의 발단이 됐던 강제징용문제를 슬기롭게 푸는 길 뿐이다.


호사카 교수는 한일 양국이 대치하는 강제징용배상 문제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맡기는 방안을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그는 "(한일 양국이) ICJ의 판단을 받아들인다는 합의를 하고 이를 맡긴 뒤 따르자고 할 수 있다"면서 "ICJ에서 판결이 나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사이에도 한일 관계는 여러 가지 사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3자에 해결책을 맡기자고 주장하는 것은 현재까지 제시된 여러 방안에 한일 양국 모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른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이나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주는, 이른바 '1+1+α' 안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양국의 입장이다. 호사카 교수는 "한국 입장에서 정부가 양보를 한다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을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어렵고 일본 역시 양보할 상황이 아니다"면서 "결국 국제사법재판소로 가는 길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갈등은) ICJ에 맡기고 한일 관계는 정상화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ICJ로 가기 위한 결정까지 두달 정도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초 한국 법원이 한국 내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자산 매각) 조치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만큼 그 이전에 양국 정부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최근 일본 기업의 자산을 현금화할 경우 한국을 대상으로 한 금융제재도 할 수 있다고 경고할 만큼 일본 정부는 이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호사카 교수는 "현금화 이전에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관계가 더욱 악화된다는 것은 양쪽 다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의 입장을 포괄적으로 녹일 수 있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사법재판소에 판단을 맡긴다면 일본 기업 자산에 대한 압류조치 판결은 보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출규제-GSOMIA에 쏠린 관심 "규제 풀 것" =국제사법재판소에서 강제징용피해자 배상문제가 거론된다면 최소 3년은 걸린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 때문에 호사카 교수는 내년에 수출 규제와 GSOMIA가 양국관계의 이슈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고 한 게 본심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베 총리가) 관계 개선을 위해 수출 규제를 거의 풀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4일부터 한국에 대한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를 강화했으나 지난 20일 이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호사카 교수는 "수출 규제에 대한 조건이 있다면 바로 GSOMIA 문제"라면서 미국이 일본에 수출 규제와 GSOMIA 문제를 해결하라는 압박을 강하게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한일 중재 역할에 대해 "많이 늦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에는 심각한 문제라고 보지 않았으나 북한 문제가 심상치 않기 때문에 움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입장에서는 한ㆍ미ㆍ일 공조라는 상징성에 문제가 생기고 중국,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줘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크다"면서 "이런 부분이 한국과 일본에 압박이 가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한국의 정보를 필요로 하는 일본이 GSOMIA가 유지되는 것을 바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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