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4.0시대 대응하는 유통 3社…컨설팅사 출신 CEO도 구원투수 등판(종합)
10살 이상 어려진 유통가 수장들
롯데도 현대백화점·신세계 이어 '쇄신' 합류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내년 경기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유통 공룡들의 인적쇄신이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에 이어 롯데까지 국내 3대 유통 기업들이 모두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50대 전문경영인(CEO) 전진 배치하며 세대교체를 이뤘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발길을 돌리며 젊은 감성과 도전 정신이 강한 전무급 임원들을 대표 이사로 배치한 점도 눈에 띈다.
21일 롯데그룹이 2020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2명의 유통부문(BU)장을 교체하고 주력 계열사 대부분에 50대 최고경영자(CEO)를 전진 배치하며 세대 교체를 단행했다. 이 중 50대 CEO는 총 14명으로 승진자가 4명, 보임 대상자가 10명에 달한다. 사장이 아닌 전무급 임원을 10명이나 CEO에 배치한 것도 눈에 띈다. 상무급에서는 정기호 롯데상사 상무(52), 윤승호 롯데엠시시 상무(55)가 약진했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 이마트 역시 50대 CEO를 전진 배치하며 국내 유통 업계에 50대 전성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됐다.
특히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통합 대표이사 부사장(58)은 롯데음료에 이어 롯데주류 대표까지 겸임하게 됐다. 이 부사장은 구 롯데칠성 물류기획팀, 롯데알미늄, 롯데칠성음료에서 영업과 마케팅 본부장을 역임한 정통 영업통이다. 기존 일본 불매운동 여파에 직격탄을 맞은 주류 부문 부진을 타파할 인물로 손꼽힌다. 롯데칠성음료의 지난 3분기 매출은 65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 줄었다. 이 중 주류 사업부인 롯데주류는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3분기 매출이 1637억원으로 전년(2033억원)보다 약 20% 급감했다.
롯데의 젊은 경영진 등판 결정은 유통업계 전반적인 트렌드와도 무관치 않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김형종 한섬 대표를 내년 백화점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1960년대 출신으로 기존 1950년대생 60대 경영진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섬을 컨템포러리 패션의 대표주자로 만들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여해 '매출 1조 클럽'에 진입시키며 능력을 입증 받은 바 있다. 백화점 출신 근무 경력을 살려 콘셉트 스토어인 '더 한섬 하우스'와 VIP 서비스로 현대백화점과 한섬의 시너지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e커머스 시장 경쟁에서 밀리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이마트 역시 처음으로 50대 외부인사 수혈을 단행했다. 강희석 신임 이마트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 출신으로 1968년생이다. 이전 대표와는 12살의 나이 차이를 보인다. 강 신임 대표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고 지난 199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농림수산식품부 서기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베인컴퍼니에는 2005년 입사해 유통, 소비재, 항공 등의 부문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이끌었다. 이마트의 온라인 전략 강화에 최적의 인물이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유통가에서는 이같은 파격 인사가 업계에서 느끼는 심각성을 반영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 초반에 불과하는 등 소비심리가 부진한 가운데 마켓컬리를 비롯한 e커머스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모바일 마케팅이 본격호되고 O2O(온·오프라인 연계) 시장이 열리는 마켓 4.0 시대 적응 여부가 유통업계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 됐다. 7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거세지면서 맥주를 비롯한 의류 등 업계 전반의 수난시대도 이어졌다.
내년 역시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는 점에서 그룹사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은 2.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ㆍ한국은행ㆍ한국개발연구원(KDI)은 2.3%의 전망치를 최근 내놨다. 다만 우리 정부는 2.4%로 상대적으로 낙관적 수치를 제시했다. 소비자 물가 수준 역시 저조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2015=100)로 전년 동월 대비 0.2%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9월(-0.4%) 사상 처음으로 공식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석 달 동안 오르지 못하다 겨우 플러스(+)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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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발길을 돌린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상대적을 젊은 피가 필요한 현 상황이 반영된 인사"라며 "디지털과 글로벌, 새로움 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더 젊은 CEO들의 행보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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