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청론] 택시의 진짜 약자를 보호하는 스마트 규제를 기대하며
규모가 큰 한국 택시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논란이 뜨겁다. 법을 바꿔 승차 공유(카풀)를 금지한 지난 3월 대타협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논란을 지켜보면서 두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지금과 같은 택시산업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정말 가능한지, 진짜 보호해야 할 약자는 누구인지다.
단연코 택시산업은 지금과 같은 규모로 유지되는 것이 불가능하다. 앞으로 많은 택시가 사라질 것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등장 때문이다. 타다를 전화 대신 애플리케이션으로 호출 방식만 바뀐 유사 콜택시라고 한다. 정말 그렇다면 택시산업은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이미 불가능하다는 게 드러났다. 타다는 승객 측면에서는 단순히 좋은 고급 택시로 보인다. 하지만 진짜 가치는 막대한 승차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AI다. 그 기술 덕분에 호출을 예측해 유도 배차할 수 있다. 타다는 현재 1500대로 월평균 50만명을 수송한다. 수도권 국민 1000만명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택시를 탄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3만대만 있어도 전체 인구를 수송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기존 산업 규모가 그대로 유지될까.
강남역 앞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 줄이 늘어서 있고 불과 5분 거리의 역삼역 앞에는 택시가 안 잡혀 추위에 떠는 시민들이 있다. 이런 비효율적인 배차 문제를 택시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기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기존 카카오택시 호출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타다의 성공에 자극받은 카카오는 벤티라는 유사 서비스를 출시했다. 타다 출시 1년이 훨씬 지난 지금 100대로 시작하지만 타다 수준의 AI를 갖추려면 차량이 더 증차돼야 한다. 실제로 그렇게 가고 있다. 이미 사들인 1000개의 면허, 그리고 새로운 법에서 규제가 완화되는 가맹택시를 통해 수만 대 수준으로 증차할 수 있다. 스타트업의 플랫폼 운송은 총량에 묶여 성장이 제한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서 스타트업을 막고 대기업에 사업 독점권을 준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리고 벤티가 지금의 타다 이상으로 성장하는 동안 불편과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감수해야 한다. 이미 타다를 경험한 사람들은 타다가 없어지면 매우 불편하다.
이 규제를 통해 보호할 대상이 누구인가도 의문이다. 정부의 말처럼 택시가 약자이고 혁신 스타트업이 강자라면 최소한 진짜 약자를 보호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다가올 택시시장 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이면서 약자는 개인택시 사업자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높아진 면허 가격에 없는 돈을 투자한 개인택시 사업자다. 벤티와 같은 AI 택시에 호출과 매출이 몰리면서 그 밖의 개인택시의 매출은 감소하고 면허 가격은 폭락할 것이다. 하지만 돈은 최대 피해자에게 쓰이지 않는다. 카카오가 택시 면허 인수에 나섰고 1000억원가량을 개인택시가 아닌 법인택시 사업자들에게 쥐여줬다. 이것이 약자 보호일까?
스마트하지 않은 규제는 엉뚱한 부자가 돈 벌게 하고 약자에겐 힘이 되지 못한다. 기술 혁신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결국 모두 사업을 포기하고 독점 대기업에 몰아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독점 플랫폼에는 그 어떤 저항도 할 수 없게 된다. 최소한의 규제로 자유 경쟁에 맡길 수 없다면, 진짜 약자를 보호하고 대기업 독점 폐해를 막을 수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 정부와 국회의 깊이 있는 고민과 혜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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