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포럼] 통일보건의료 연구, 같음과 다름을 찾아가는 것

'유전 환경 상호작용'이라는 말이 있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가 어떠한 환경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일란성 쌍둥이의 기질, 성격, 발달 양상이 달라지기도 하고 암, 당뇨, 비만, 정신 질환이 발생하기도, 발생하지 않기도 한다.

같은 유전자 뿌리의 남북한 주민들은 각기 다른 환경에 노출돼 살아가고 있다. 이에 따른 질병 양상의 차이는 보건의료계에서는 중요한 관심 대상이다. 올해 북한은 가뭄으로 기근이 심화돼 영양결핍이, 물 부족 등으로 감염병이 증가하고 있고 최근 글로벌 펀드들이 중단되면서 상황은 더욱더 열악해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중국과의 인접 지역에서의 기생충을 포함한 감염병 조사, 비무장지대(DMZ)에서의 말라리아 발생 조사, 기존에 보고되고 있는 다제내성결핵과 B형 간염 등 북한에서 보고되는 주요 감염병 질환은 남한에서도 과거 주요 질환이었지만 예방 백신을 포함한 적극적 건강관리와 치료를 통해 이제는 조절 가능한 질환으로 변천해왔다.

그럼에도 남북한의 주요 사망 원인은 비슷한 트렌드를 보이기도 한다. 북한도 저출산ㆍ고령사회로 변화하는 즈음에 감염병은 줄고 암, 심혈관 질환 등 비감염병이 증가하고 있다.

보고에 의하면 북한 주민의 사망 원인 중 감염병의 비중은 지난 50년간 28.3%에서 4.8%로 줄었으나 암은 2.6%에서 17.7%, 심혈관 질환은 12.1%에서 38.4%로 늘었다고 한다.

이러한 비감염병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건강 행동이 중요하다. '금연, 절주, 영양 섭취, 운동, 비만 탈출'에 따라 예방도 가능하고 치료 효과도 판이해지는 질병이다.

북한 주민들은 직접 담배 재배를 하고 술도 담가 먹는다고 하니 흡연율, 음주율 개선을 위한 보건의료적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보건의료 연구 중 남한과 북한의 100세 노인 인구를 분석해 생활연령을 비교한 연구도 있다.

북한은 2010년 기준 100세 노인이 인구 100만명당 2.7명으로 보고됐다. 이는 1925년 당시 남측의 수치에 해당하므로 남북한의 생활연령 차이는 85년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하기도 한다.

북한의 정기 발행 의학 논문들은 북한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다. 9개의 저널이 공식적으로 출간돼 남한 연구자들도 열람할 수 있으며 '내과, 조선의학, 예방의학, 외과의학, 기초의학, 소아ㆍ산부인과, 구강ㆍ안과ㆍ이비인후과, 조선약학'으로 남북한의 의료 분야별 비교 분석 연구 및 북한의 의료 현황 이해를 위한 근거 자료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북한은 호흡기내과 연구로 폐렴과 늑막염 등 감염성 질환 연구가 많으며 내분비 내과에서 당뇨병과 갑상선병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분석에 의해 북한 주민들의 흔한 질병과 진단 및 치료 방법, 천연물 재료를 이용한 신약 개발 노력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는 제한적으로 접근 가능한 북한 논문들과 일부 보고되는 보건의료 지표 그리고 북한 이탈 주민의 정착 과정을 통해 남북한의 보건의료 상황을 간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의료 연구자들은 북한과 직접 대면하고 소통하며 학문적 교류가 가능한 그날을 궁극적으로 꿈꾸며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평양공동선언문에서 감염병 공동 대응에 대한 결의 이후 보건의료계 영역에서의 통일 또한 답보 상태이지만 추후 남북한이 감염병뿐만 아니라 비감염병까지 공동 대응을 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하면서 한반도의 유전 환경 상호작용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신현영 한양대학교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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