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개발 주요 과정에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강화
디자인·설계 단계서 VR 시스템 도입으로 완성도 향상
개발기간 단축, 비용 절감 등으로 수익성 높여

VR 디자인 품평장 내 가상공간을 통해 '넵튠'을 품평하는 모습(사진=현대기아차)

VR 디자인 품평장 내 가상공간을 통해 '넵튠'을 품평하는 모습(사진=현대기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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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지희 기자] #석양이 지는 파리 도심 한 가운데 현대차의 수소 전용 대형트럭 콘셉트카 ‘넵튠’이 등장했다. 1930년대 뉴욕 중앙철도 기관차에서 영감을 받은 넵튠의 유선형 외관은 프리미엄 수입차 전시장으로 둘러싸인 파리 도심에도 제법 잘 어울린다. 순식간에 배경은 눈발이 휘날리는 산간지역으로, 고속도로 위로 바뀐다. 넵튠의 차량 내부로 들어간다. 차량 상단의 블라인드를 열고 빛이 내리쬐는 상태에서 넵튠의 실내공간을 둘러본다. 후면에 위치한 화장실 공간과 미니 부엌도 눈 앞에서 하나하나 살펴본다.


VR 기기를 활용해 기아차 K5 실내를 가상공간에서 구현한 모습(사진=현대기아차)

VR 기기를 활용해 기아차 K5 실내를 가상공간에서 구현한 모습(사진=현대기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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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가 미래 모빌리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개발의 전 과정을 확 바꿨다.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의 자동차 모델, 주행 환경 등을 구축해 실제 부품을 시험 조립해가며 자동차를 개발하는 과정을 상당 부분 대체하는 ‘버추얼 개발’ 방식이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가 원하는 대로 디자인을 바꿔보며 품평하거나, 시제작 차량에서 검증하기 힘든 오류 등을 빠르게 확인 및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버추얼 개발 기술은 아키텍처 개발·디자인·설계·성능평가·생산제작·판매·고객응대 등 전 단계에 걸쳐 적용된다. 대표적인 기술 가운데 하나인 가상현실(VR)은 디자인, 설계 단계에서 집중 활용된다. 현대기아차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가 본격 가동을 시작한 지난 17일 경기도 화성 남양기술연구소에서 VR을 활용한 디자인 품평장과 설계 검증 시스템을 첫 공개했다.


지난 3월 완공된 VR 디자인 품평장은 가상공간에서 디자인 품질 등을 평가할 수 있는 가로 20m·세로 20m 규모의 공간이다. 이 장소에서 20명이 동시에 VR을 활용해 실물 자동차를 보는 것과 동일하게 내외부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다.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차량의 부품, 재질, 컬러 등을 바꿔가며 디자인을 고민하고, 시공간까지 전환해 디자인 적합성을 평가한다.

"파리 도심에서 수소트럭 '넵튠'을 본다면?"…현대기아차의 미래車 개발 혁신 원본보기 아이콘


품평장 내에는 36개의 모션캡쳐 센서가 설치돼 있다. 이 센서는 VR 장비를 착용한 평가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1㎜ 단위로 정밀하게 감지해 가상 환경 속에서도 정확하게 디자인을 평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양희원 현대기아차 바디부문 전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최고경영층이 수시로 모여 가상의 공간에서 디자인 관련 중요한 의사결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고객에 최적화된 디자인 모델을 찾기 위해 더 많은 디자인을 신속하게 검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공개한 ‘넵튠’의 최종 디자인 평가 당시 VR 디자인 품평장을 시범 운용한 현대기아차는 향후 개발하는 모든 신차에 이를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유럽·미국·중국·인도의 디자인센터 등과 협업해 전세계 디자이너들이 하나의 가상공간에서 차량을 디자인하고 디자인 평가에 참여하는 원격 VR 디자인 평가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6월 VR을 활용한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도 구축했다. 모든 차량 설계 부문으로부터 3차원 설계 데이터를 모아 디지털 차량을 만들고 가상의 환경에서 차량의 안전성, 품질, 조작성 등 전반적인 설계 품질을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현대기아차는 이 시스템을 통해 실제 자동차와 100% 일치하는 가상의 3D 디지털 자동차를 만들고 실차 평가 수준을 크게 끌어올렸다.


한명빈 현대기아차 디지털차량검증팀장은 “실차 평가 수준을 기존 디지털차량을 평면으로 살펴보던 관찰적 관점에서 사실감 있는 고객의 눈으로 디지털차량을 평가하는 버추얼 차량 평가로 발전시켰다”며 “차량 내부 공간감과 시각적 압박감을 미리 평가하고 심지어는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험로 주행시 엔진 거동 및 주변부품을 검증하는 일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파리 도심에서 수소트럭 '넵튠'을 본다면?"…현대기아차의 미래車 개발 혁신 원본보기 아이콘


신규 VR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은 부품 간 적합성이나 움직임, 간섭, 냉각 성능 등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 평가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실제 연구원들은 VR 장비를 착용하고 차량을 마음대로 절개해 엔진의 움직임이나 부품 작동 상황을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기아차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강화로 다품종, 고효율 차량 개발에 속도를 높인다는 포부다. 지난 7월 현대기아차는 미래 모빌리티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본부 조직체계를 ‘아키텍처 기반 시스템 조직’으로 개편하고, ‘버추얼차량개발실’을 신설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는 상품기획 단계부터 생산까지 개발 전 과정에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도입함으로써 고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자동차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자동차 품질 향상, 비용 절감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규 프로세스가 전 과정에 도입되면 신차개발 기간은 약 20%, 개발비용은 연간 15% 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아키텍처 기반의 연구개발 조직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새로운 형태의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시행착오를 줄여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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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은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강화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고객의 요구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라며 “이를 통해 품질과 수익성을 높여 R&D 투자를 강화하고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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