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회사는 주주만의 이익을 위하여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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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사회의 발전에서 (주식)회사가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회사가 추구해야 할 목적은 무엇일까? 다른 말로는, 회사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주주만의 이익 극대화인가? 아니면 주주만이 아니라 회사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인 노동자ㆍ채권자ㆍ소비자ㆍ지역사회의 이익 등에도 기여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다툼이 있어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개별 사건들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 가끔 발생하는 사례로 주주가 자신이 소유한 회사의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경우, 회사는 주주만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보면 그 유용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는 주주만의 이익이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의 이익도 위한다고 보면 회삿돈을 함부로 쓴 주주는 횡령죄 등으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영미와 우리나라에서는 회사의 목적이 주주만의 이익을 위한다는 '주주중심이론(shareholder primacy theory)'이 대세였다. 회사는 주주의 사적 소유물이고 소유권은 배타적 권리로서 보호받으므로, 주주가 그 사적 소유물인 회사에 대해 배타적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의 대가인 유명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이사들은 회사 자금으로 기부 행위를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 기부 행위는 주주들에게 절도가 된다고까지 했다. 그런데 이 이론은 금융 위기가 닥치면서 상당한 비판에 직면했다. 주주의 '순수한 소유재산'이 위기에 처했는데 왜 국민이 납부한 세금으로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당화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반대편에 있으면서 금융 위기 이후 영미에서 힘을 얻게 된 이론, 하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대세이던 이론이 '이해관계자이론(stakeholder theory)'이다. 이 이론은 회사는 주주만의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노동자와 소비자, 채권자와 지역사회 등의 이익도 두루 고려해야 한다는 것으로 금융 위기 이후 공적 자금이 회사에 투입되는 과정에 대한 근거를 무리 없이 설명했다.

우리 사회의 최근 이슈와 관련해서 보자면 제주도 영리병원도 이 논쟁에서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회사인 영리병원은 우리의 전통적 이론에 의하면 그 기본적 목적이 주주만의 이익 극대화다. 영리병원을 경영하는 이사는 주주만의 이익 외에 공적 가치를 고려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 영리병원은 주주의 순수 소유물이기 때문이다. 영리병원은 국민 건강 증진 등의 공적 가치를 고려할 필요 없이 주주만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운영돼야 하고, 그것이 그 경영진의 법적 의무다. 주주만의 이익 극대화라는 목적과 공적 가치의 실현이라는 양자는 공존하기 어렵기 때문에 영리병원의 도입은 공적 가치를 훼손하게 될 우려가 다분하다. 만약 영리병원의 목적이 주주만의 이익 극대화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면, 그 도입을 적극적으로 찬성할 국민이 몇이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의 공공성이 강조되지 않을 수 없다. 회사 자체의 막강한 지위에 기인하여 그 회사와 거래하는 소비자에 대한 보호가 문제가 되며, 노동자의 인권 문제나 지역 주민의 환경권 등도 대두한다. 또한 주주는 회사 빚을 자신이 직접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출자한 금액 이내에서 책임지면 그만이다. 회사가 경영 실패로 아무리 많은 부채를 지더라도 그 부채는 어디까지나 회사의 것이지 주주의 것이 아니다. 주주가 회사의 채무에 대해 제한된 책임만을 부담한다면 주주가 회사의 모든 이익을 가져갈 수도 없는 것이다.


끝으로 이론상의 다툼을 떠난 당위론적 접근이다. 회사는 주주만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운영돼야 한다는 '명제1'과 회사는 주주의 이익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인 소비자와 노동자, 지역사회와 국가 등의 이익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명제2'가 있다고 치자. 그중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명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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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조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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