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도 노동자'…플랫폼 기반 업무 '근로자성' 인정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이기민 기자] 대리운전 기사들도 단체교섭이나 파업 등 '노동 3권' 행사가 가능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처음 나왔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1부(서정현 부장판사)는 대리운전 업체 2곳이 부산 대리운전산업노조 소속 조합원 3명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19일 밝혔다.
소송을 낸 업체는 접수ㆍ기사 배정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서 대리운전 서비스업을 하던 곳이다. 대리기사 3명은 이 업체들과 각각 계약을 맺고 운전업무를 하다, 지난해 12월 이들 중 한 사람이 '부산대리운전산업노동조합'을 설립해 조합원 자격을 얻은 후 두 회사를 상대로 단체 교섭을 요구했다. 업체들은 대리기사들은 독립적 영업을 하는 사업자들이지 노동자가 아니라는 취지로 교섭을 거부하고 법원에 확인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그러나 대리운전의 업무내용, 업무수행 시간, 기사 배정방식, 수수료 책정, 복장 착용과 교육 의무부과, 업무지시 등 상황을 고려했을 때, 대리기사들이 업체들과 '사용종속관계'를 맺고 근로를 제공하는 대가로 임금이나 기타 수입을 받고 생활하고 있어 근로자가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교섭력 확보를 통해 근로자를 보호하는 노동조합법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운전기사들을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판결처럼 플랫폼 기반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이 최근 쏟아지는 추세다. 얼마 전 택배기사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첫 판결도 있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CJ대한통운 대리점들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교섭 요구 사실 공고에 시정을 명령한 재심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택배기사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노동자라는 취지의 판결이다. 지난 8월 대법원에선 전남 목포의 한 조선소 하청업체와 도급 계약을 맺은 A씨를 사업자가 아닌 하청업체의 근로자라고 보는 판결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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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이런 추세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배달앱 '요기요'와 개인사업자로 계약하고 배달대행 업무를 한 배달기사 5명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요기요가 배달기사의 임금을 시급으로 지급하는 데다 근무시간과 장소를 회사가 지정했고 출퇴근 보고도 했다는 게 주요 판단 근거다. 같은 날 국가인권위원회는 고용부 장관에게 권고안을 내고 "파견 판단 기준을 지침에서 법령으로 상향하고 불법파견을 적극적으로 감독해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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