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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보험회사도 계약의 선의성 지켜야 할 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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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보험회사도 계약의 선의성 지켜야 할 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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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제되고 있는 즉시연금 사건에서 보험회사의 대응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보험산업의 발전이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도 마땅히 지양되어야 한다. 즉시연금의 구매자는 "금리가 아무리 하락하더라도 최저 2.5%가 보장된다"는 보험회사의 설명을 듣고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최저보증이율 미만으로 연금이 지급되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을 신청하였다.


분쟁조정위원회는 구매자가 옳다는 결정을 하였음에도, 보험회사들이 그 결정에 불복하면서 법원으로 간 사건이다. 보험회사의 반론은 연금보험 상품의 구조 특성상 운용상 비용 등을 근거로 연금월액이 최저보증이율 이하로 하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일반적이면서도 평균적 소비자가 보험회사로부터 최저보증이율 이상의 연금월액이 지급된다는 설명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품구조 특성상 그 설명과는 달리 최저보증이율 미만으로 지급될 수 있다는 것을 과연 알 수 있겠는가? 이 사건의 산출방법서상 난해한 보험수식은 보험수리에 박식한 수리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 의미를 이해할 수도 없다.

여기서 우리 법은 이 사건 관련한 중요한 법제도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해야 한다. 보험회사가 약관의 중요사항에 대하여 설명하지 않는다면 그 사항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 연금월액은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사항이고 최저보증이율을 하회하는 지급의 가능성에 대하여 설명이 없었다면, 그것이 계약의 내용이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관련 사건에서 대법원 판례도 그러하다. 대법원은 "연금보험에서 향후 지급받는 연금액은 당해 보험계약 체결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므로, 연금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 보험자 등은 보험계약자 등에게 수학식에 의한 복잡한 연금계산방법 자체를 설명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대략적인 연금액과 함께 그것이 변동될 수 있는 것이면 그 변동가능성에 대하여 설명하여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 판결을 즉시연금 사건에 대입하면, 보험회사는 소비자에게 다음 사항들을 설명하여야만 한다. 연금월액 지급은 산출방법서에 의한다는 점과 그 보험수리적 의미의 핵심적 내용, 연금월액이 변동된다는 점, 아울러 최저보증이율을 하회한 연금월액이 지급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여야만 한다. 그리고 그 설명을 하였다는 입증책임은 보험회사가 부담한다.

그런데 위 판결을 두고 "산출방법서상의 계산방정식은 설명의무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라는 주장이 있다. 판결문 중 "수학식에 의한 복잡한 연금계산방법 자체를 설명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를 두고 그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바, 편향되지 않은 시각으로 다시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그 판결 문구는 법학적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쉬이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원칙은 복잡한 연금계산방법 자체도 설명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반복하자면 위 판결은 연금월액의 복잡한 계산방법 그 자체까지도 설명하여야 하지만, 만약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대략적 연금월액과 변동가능성 만큼은 반드시 설명하라는 뜻이다.


이 사건 결론은 어려운 법리를 창의적으로 전개해야 하는 난이도 높은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에 뿌리내린 법리를 적용하면 쉬이 도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보험회사들이 굳이 소송으로 끌고 간 의도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과거 자살재해보험금 사건에서도 대법원 확정판결에 이르는 수년간의 소송 끝에 보험회사가 패하였으나, 보험회사는 다른 수많은 가입자들의 자살재해보험금 청구에 대하여는 소멸시효를 주장하면서 지급을 거절하였던 전례가 있다.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3년이므로 1심에 계류 중인 이 사건 소송이 대법원 판결로 확정되기까지의 기간 중 시효로 소멸되는 다른 수많은 보험금 청구권들이 있기에 우려스럽다.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선진 각국의 입법과 같이 보험금 청구권의 시효기간 연장 및 보험회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법개정이 요구된다.


장덕조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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