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처음이라]법무부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논란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오보 낸 기자 등 언론사의 검찰청 출입 제한 가능성을 명시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 훈령)을 제정해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히면서 언론, 학계, 법조계, 시민사회계의 비판과 지적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주로 헌법이 규정한 언론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 위축 등 기본권과 관련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오보 내는 기자들을 퇴출할 좋은 수단이다’라며 환영하는 일부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해당 규정을 살펴보면 오보라는 것이 무엇인지, 누가 판단하는지 참 모호합니다.
이번 ‘법은 처음이라’ 시간에는 법무부가 새로 제정한 규정을 뜯어보고 과거 검찰 수사 사건을 예시로 새 수사공보규정의 내용들이 적합한지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 법무부 공보 규정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제33조(오보 대응 및 필요한 조치)입니다. 해당 규정의 33조 1항 사건관계인, 검사나 수사업무 종사자의 명예·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가 존재해 신속하게 진상을 바로잡는 게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엔 수사에 관여하지 않는 전문공보관이 해당언론을 상대로 정정·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2항은 검찰총장 및 각급 검찰청장은 사건관계인, 검사 또는 수사업무 종사자의 명예·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한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에 대해 검찰청 출입제한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또한 기소 후 제한적 공개, 사건 관련 검사와 언론의 접촉 제한 등 조항도 오보 관련 조항과 맞물리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 무엇이 문제인가?
①무엇이 오보이고 누가 판단하나?
우선 ‘오보가 실재할 때’라는 말이 문제입니다. 국어사전을 보면 오보는 ‘어떠한 사건이나 소식을 그릇되게 전해 알려 줌. 또는 그 사건이나 소식’이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실과 명백히 다른 내용이 오보로 드러나면 지탄을 넘어 정정보도 청구, 손해배상 청구, 형법상 명예훼손죄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오보에 대해서 판단하는 곳은 현재 언론중재위원회, 법원 등이 증거 법률 등에 따라 오보를 판단하고 이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법무부의 규정은 오보 판단 주체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검찰총장과 각급 검찰총장이 검찰청 출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으니 검찰이 될 겁니다. 또한 수사과정에서 나온 피의사실 보도에 대해 수사종결 전 사건관계인이나 검사가 명예·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라고 주장하면서 검찰에 주장한다면 검찰이 오보로 규정할 가능성도 열려있는 셈입니다. 사건의 피의자나 검찰의 주장에 따라 오보가 결정될 수 있는 셈입니다.
②언론 표현의 자유·국민의 알권리·양심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 침해 우려
기자들은 보도를 하더라도 검찰과 피의자의 주장에 따라 오보로 낙인 찍히게 될 수 있습니다. 이와 맞물려 ‘검찰청 출입 제한 가능성’이 열리면서 언론은 취재를 하고도 보도를 못하게 돼 양심의 자유에도 반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또한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사건 이외의 공보를 제한하는 규정, 사건 관련해 검사와 언론의 접촉을 제외하는 조항들이 연계될 가능성이 있어 “검찰의 공보를 그대로 받아쓰기하란 말이냐”는 비판도 일고 있습니다. 아울러 검찰 수사 관련 보도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고위공직자, 정치인, 대기업과 대기업 고위 임원, 사회적 파장이 있는 사건의 당사자인 점을 고려한다면 부정부패 사건에 대한 언론 감시 기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법조계, 시민사회계, 언론계에서는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 언론 양심의 자유 등이 침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하는 상황이죠. 법조계에서는 "국민의 자유권 등을 제한할 때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따라 최소 한도를 법률로 정하도록 한 헌법 37조 2항에 위배될 수 있다"면서 "기본권을 제약하는 기준 또한 모호하므로 명확성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발표하자 한국기자협회는 31일 "법무부는 '언론 통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출처=한국기자협회 홈페이지]
원본보기 아이콘③법무부의 거짓 해명 논란도
법무부의 거짓말 논란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해당 규정을 만들 때 검찰 내부와 법조·언론계와 논의를 거쳤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대검찰청 측은 “법무부와 논의할 때 법조 기자단 자체 규칙에도 출입 정지 등 자체 조항이 있기 때문에 기자단 스스로 (출입제한 여부를) 정하게 해야 한다”며 “검찰이 이를 제한하는 해당 조항은 빼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사 단체인 대한변협은 이에 더해 “법무부에서 보낸 규정에는 오보와 관련된 조항 자체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법무부 기자단에게 보냈던 해당 규정 초안에도 검찰청 출입제한과 같은 내용이 없었습니다. 한국기자협회 측도 해당 규정이 발표되자 반발하는 성명을 냈을 만큼 언론단체와도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도대체 누구와 상의했고 법무부의 어떤 사람이 이를 결정했는지 법무부 출입기자들이 물었지만 법무부는 맥락과 다른 대답만 하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현재 “검찰이 운영하고 있는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에도 검찰청 출입제한 내용이 있다”며 “오히려 모호한 기준을 없애고 ‘오보가 실재할 때’로 수정했고, 초상권 침해와 관련한 검찰청 출입제한은 뺐다”는 취지로만 답변하고 있습니다.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으로 본 '오보의 모호성'
2012년, 2013년 검찰은 김학의 전 법무부 장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에 대해 수사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모르고 윤 씨의 별장에도 간 적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검찰은 당시 공개된 별장 동영상의 등장인물을 김 전 차관으로 추정할 수 없고, 증거도 없다며 무혐의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법무부 산하에 설치됐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김 전 차관 관련 사건 심의한 후 재수사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검찰도 이를 재수사해 윤씨와 김 전 차관을 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요. 이 수사를 책임진 여환섭 당시 청주지검장(현 대구지검장)은 수사발표 브리핑에서 동영상 속 인물이 누구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전 차관으로 판단된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검찰의 수사 결과가 다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현재 법무부가 낸 규정을 적용하면, 2012년, 2013년 검찰과 김 전 차관의 주장에 따라 김 전 차관의 혐의 관련 내용, 검찰 부실수사 의혹, 별장 동영상의 등장인물로 김 전 차관으로 추정했던 언론사의 보도는 모두 오보가 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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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남산 3억원', '김근태 고문 은폐', '형제복지원' 등 사건에 대해 언론은 그간 끊임없이 검찰·경찰·정보기관 등의 부실수사·사건조작과 은폐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해당 사건은 법무부가 검찰과거사위를 설치까지 해 진상조사와 심의를 했고, 피해자에 대한 검찰총장의 사과나 재수사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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