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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월급쟁이 오늘도 '존버' 한다…스트레스 심각하면 건강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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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 직장 생활, '버틴다' 응답 많아
낮은 연봉, 과로, 직장 내 괴롭힘 등 이유도 다양
전문가, 건강위험…스트레스 적극 대응해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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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 3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말수가 부쩍 줄어들었다. 그는 동료들과의 커피 한잔 시간도 줄이고 있다. "무슨 일 있냐"는 동료 질문에는 "버티고 있다"고 답했다. A 씨는 상사와의 마찰, 후배들과 다툼 속 회사를 그만둘까 고민했었다. 그러나 "월급쟁이 월급에는 '더러운 것도 참는 비용'이 포함돼 있다"는 웃지 못할 선배들 말에 버티기로 결심했다. 소위 '존버'라 불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그는 가끔 가슴 속 안에 무언가 훅 치고 올라오는 상황만 빼면 괜찮다고 말했다.


'존버'란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직장인들이 만든 신조어로 힘들지만 직장을 계속해서 참고 다닌다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말 속에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는 분석도 있다.

더러워도 참고 월급날만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설명이다. 월급쟁이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딱 한 마디로 정리했다는 자조 섞인 의견도 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이런 '존버'를 대체로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15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272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존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 68.9%가 직장에서 존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보면, 여성(75.1%)이 남성(63.8%)보다 11.3%p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여부에 따라서는 미혼이 72.9%로 기혼(62.1%)보다 10.8%p 더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존버하는 이유로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59.7%,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더 좋은 조건의 기업으로 이직이 쉽지 않아서'(45.7%), '다른 회사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아서'(25.6%),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21.1%), '그래도 다니던 회사가 익숙해서'(19.1%)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 도심 한 번화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직장인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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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직장인 B 씨는 "'존버'라는 말을 모르는 직장인들이 있을까요" 라며 "그러나 이 말은 사실 되게 슬픈 말입니다. 인생은 희로애락이 있다지만, 힘드니까 버티고 그렇게 삶을 지탱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집안일과 육아도 하며 직장생활을 한다는 30대 여성 C 씨는 "저 같은 워킹맘의 경우 존버의 의미는 좀 다르다"면서 "그냥 참고 버티다가 아니라, 하루하루 생존이 달린 문제다. 전쟁터 한복판에 나 홀로 서 있는 그런 느낌이다"라고 토로했다.


직장인들이 가장 버티기 힘든 것은 무엇일까. 직장인의 84.3%는 직장생활에서 버티기 힘들 때가 있다고 답했으며, 가장 버티기 힘든 부분은 '낮은 연봉'(29.5%)이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워라밸이 없는 삶'(16.8%), '상사의 괴롭힘 또는 차별'(13.5%), '적성에 맞지 않는 직무'(9%), '체력적인 한계'(7.8%) 등을 들었다.


전체 직장인의 78%가 '이직 의향이 있다'라고 답해 현 직장에서 존버하고 있지만, 기회를 엿보고 있는 직장인이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 시기에 대해서는 '12개월'(27.4%)이 가장 많았으며, '3개월 이내'(23.2%), '13개월 이상'(10.5%). '6개월'(8.8%) 등의 순이었다.

야근에 여념이 없는 직장인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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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이렇게 버티는 입장으로 다니다 보면 과로도 할 수 있고, 결국 건강을 해친다. 직장인 83.9%가 입사 후 건강 이상을 경험했으며, 가장 큰 주범은 과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크루트가 직장인 671명을 대상으로 '입사 전보다 건강이 나빠졌다고 느끼는지'를 조사한 결과, 83.9%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보통이다(11.3%)', '그렇지 않다(4.9%)' 순으로, 응답자 10명 중 8명 이상은 입사 후 건강 이상을 호소한 것이다.


건강 이상을 호소한 연령대는 '20대(84.7%)', '30대(83.4%)', '40대(87.7%)' 순으로 4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남성(79.7%)'보다 '여성(87.5%)'이 7.8%P 높았다.


20대 중반 직장인 1년 차 김모 씨는 "부서에서 신입이다. 업무를 아직 잘 모르니까 혼날 수 있는데, 누가 들어도 (사수 선배의) 모욕성 발언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래도 '일단 버티자'라는 심정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걸 3년 5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 머리가 아프다"라고 하소연했다.


이런 과로 등에 동반되는 질병에 대해 직장인들은 '스트레스성 정신 질환(우울증, 화병, 불면, 만성피로 등)(18.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소화 장애(16.0%)', '번아웃 증후군(12.6%)', '두통(11.2%)', '신경 이상 증세(터널증후군, 거북목 외)(11.0%)', '급격한 체중 증가 (또는 감소)(9.6%)' 순으로 나타났다.


내 이름은 월급쟁이 오늘도 '존버' 한다…스트레스 심각하면 건강 위험 원본보기 아이콘


직장인의 건강을 해치는 요인은 크게 5개로 나타났다. '업무 과다(업무 강도, 주말 근무, 야근 포함 28.3%)', '근무환경(출퇴근 및 사무실 여건 등 19.6%)', '운동 부족(19.0%)', '불규칙한 식습관(잦은 회식 및 스트레스성 폭식 포함 16.0%)', '직장 내 괴롭힘(15.8%)'이었다.


전문가는 직장 생활 중 질환으로 의심되는 증상이나 우울감이 들 때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더 큰 위험을 막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인제제대학교 산학협력단(2017)연구한 '근로환경변화에 따른 직장인 정신건강 증진 연구'결과에 따르면 스트레스 적극 대응이 건강 위험 예방에 큰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연구진은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예방적 대책은 1차 2차 3차 예방으로 나눌 수 있다"면서 "1차 예방은 '정신장애가 발생하기 전 단계의 예방'으로 직장 내 사회 심리적 요인의 위험성을 사전에 감소시키는 것으로 △업무 재구성 △업무량 감소 △의사소통 향상 등이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2차 예방은 '정신질환에 이환될 가능성이 높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기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인지행동치료 △스트레스 대응연습 △명상 △근육이완법 등이 있고" 이어 "3차 예방은 (이렇게)치료 하고 직장으로 복귀하는 것을 말하며, 각 단계의 대책이 통합적으로 작용할 때, 상승효과를 나타낸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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