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당신은 보다 높은 확률의 선택지를 고르시나요? 당신은 다른 사람들과 달라서 과감하게 낮은 확률의 선택지를 고르신다고요? 다수가 보기에 당신은 비효율적인 선택임인 줄 알면서도, 약간은 망설이면서도 그런 선택을 했습니다.
당신은 왜 그랬을까요? 당신은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아니면 남들보다 똑똑하기 때문에?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당신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높은 확률의 선택지를 버리고, 낮은 확률의 비효율적인 선택지를 고른다는 사실을. 이런 경우를 보통 '역배당의 선택'이라고 합니다.
일상에서 역배당을 선택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이 일어납니다. 스포츠경기에서 언론과 전문가들이 우세하다고 주장하는 팀을 외면하고, 불리한 팀에 배당을 하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주식을 투자할 때도 무난한 종목은 기피하고, 굳이 코스닥에서 동전주를 찾아 매수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펀드매니저마저 '역배당 투자'를 부추기기도 합니다.
인간에게는 '효율과 그에 반하는 충동성'이 있다고 합니다. 전반적인 확률과는 관계없이 하나의 선택에서도 지고 싶지 않은 근시안적 마음, 확률이 높은 것은 알면서도 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로는 자신이 확률을 예측할 수 있다는 논리적이지 못한 생각, 낮은 확률에서 보상을 얻었을 때의 쾌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역배당을 선택하는 것이지요.
이런 인간의 비효율적 심리를 과학적으로 지적한 사람이 파크리사누 윌리엄앤메리대 교수입니다. 파크리사누 교수팀은 실험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A와 B 중 하나의 제비를 뽑게 합니다. 둘 중 하나에는 상금이 걸려 있습니다. 당첨 확률은 A가 75%, B가 25%인데 200번 연속해서 제비를 뽑게 합니다. 당첨 확률은 실험 참여자에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실험 참여자들은 반복해서 제비를 뽑으면서 뭔가를 알게 됩니다. 100번 정도 뽑았을 때는 A의 당첨 확률이 B보다 3배 정도 높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지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남은 100번의 제비뽑기에서 실험 참여자들은 모두 A를 뽑았을까요?
남은 100번의 제비를 뽑는 동안 실험 참여자들의 선택은 A 75%, B 25%였습니다. 놀랍게도 당첨 확률 설정치와 거의 일치하는 수치가 나온 것입니다. B를 선택한 나머지 25%의 사람들은 '효율과 그에 반하는 충동'에 먹힌 것일까요?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똑같은 조건의 실험을 했습니다. 쥐는 일정한 횟수로 경험한 이후 A의 확률이 높다는 것을 깨치자 A를 선택하는 쥐가 90%를 넘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실험 이후 사람그룹과 쥐그룹 중 어느 쪽이 더 많은 돈을 벌었는지 계산했는데 쥐그룹이 벌어들인 평균 금액이 사람그룹이 벌어들인 평균 금액보다 훨씬 더 많았다고 합니다.
3세의 아이를 대상으로 한 똑같은 실험에서 아이들은 90%가 A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어른들은 쥐나 3세 아이보다 못한 것일까요? 연구팀은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비논리적으로 행동하고 성과도 추락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성인은 감정에 기반해 선택하는데, 실패를 꺼리는 감정이 우세해서 우직하게 A로 밀어붙이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당첨확률이 높은 A를 선택해도 꽝을 뽑을 때가 있기 마련인데 인간은 이 작은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B에 눈독 들입니다.
동물들도 비효율적인 선택을 할까요? 오직 인간만이 비효율적인 선택을 합니다. 침팬지도 선택한 바 가 잘 이뤄지면 기뻐하며 악수를 나눕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원본보기 아이콘B를 선택해도 가끔 당첨되는 만큼 B를 선택하는 마음이 더 커지는 것입니다. 결론은 계산이 복잡한 인간일수록 A, B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인간의 이런 선택, 즉 낮은 확률의 선택을 통해 전반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다는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조건이 일정하지 않고 자주 변화하기 때문에 지금은 A가 당첨확률이 높지만 B의 확률이 높아질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특히 목숨이 걸린 일생일대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면 A만 선택하는 쥐의 전략은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자칫 집단의 경우 전체가 전멸할 위험성도 없지 않습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조언이 투자자들에게 먹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효율적이지 못한 선택이지만 그럴만한 의미가 있다는 말이지요. 한 개인에게는 효율적이지 못한 선택일 수 있지만, 집단의 관점에서는 다양성이 발전의 초석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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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인간만이 진화의 과정에서 다양한 선택을 했고, 이 비효율적인 선택으로 인해 인류는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분석합니다. 비효율적인 선택, 인간만이 가진 종족의 특성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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