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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 대륙 이동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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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7년. 마젤란 선단이 세계일주 항해를 마친 지 5년이 지났을 때다. 이 무렵에 나온 세계지도가 있다. 아메리카 대륙의 동쪽 해안선과 유럽 및 아프리카의 해안선이 비슷한 곡선을 그리며 흘러내린다. 지도를 본 사람들이 '두 대륙은 원래 붙어 있다가 보이지 않는 힘 때문에 갈라졌다'라는 상상을 할 만했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이런 유사성이 '단순한 우연이 아닐 것'이라고 보았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단순히 대륙의 모습이 유사하다는 차원을 넘어 생물, 지질, 지리 등의 유사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과학적인 수준의 논의로 이끌어낸 사람은 알프레트 로타르 베게너다. 1880년 오늘 독일의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베게너는 1912년에 '대륙의 기원(Die Entstehung der Kontinente)'이라는 책을 냈다. 그는 책에서 '아주 오랜 과거에 판게아(Pangea)라는 거대 대륙으로 함께 붙어 있던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 아프리카 대륙이 나뉘기 시작하고 이들이 계속 더 작은 대륙들로 쪼개지면서 오늘날의 지구 모습이 되었다'라고 주장했다. 곧 '대륙 이동설'이다.


대륙 이동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제시했다. 판게아 대륙을 짜맞춰 보면 대륙 모양이 서로 맞물리며 대륙 내부에 흩어진 산맥들이 한 줄로 나란히 이어진다는 것이다. 베게너는 대서양이 가로지른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해안을 따라 특정한 지질학적 구조나 동식물의 화석이 동시에 나타나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그러나 대륙 이동설은 당시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었다. 베게너도 거대한 대륙을 그렇게 멀리 옮길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었다. 지질학자들의 반발 속에 대륙 이동설은 잠복했다. 베게너는 1930년 그린란드를 탐사하다가 죽었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해양학자들의 연구로 대륙 이동설이 새삼 주목을 받는다.

1968년에 '판 구조론'이 나왔다. 판 구조론은 대륙을 판으로 정의했다. 대륙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맨틀의 대류로 설명했다. 판은 지각과 최상부의 맨틀로 이뤄진 암석권의 조각이다. 암석권의 조각이 유동성 있는 맨틀의 일부인 연약권 위를 움직인다. 이러한 판의 움직임으로 지진, 화산활동, 구조 산맥들이 생겨난다.


결국 두께 100㎞ 정도 되는 지구 표면이 여러 조각으로 쪼개져 상대적으로 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커다란 판 일곱 개(북아메리카판·남아메리카판·유라시아판·태평양판·아프리카판·인도-호주판·남극판)와 중간 판(카리브판·나스카판·필리핀판·아라비아판·코코스판·스코티아판), 나머지 작은 판들이 지구를 덮고 있다.


때로는 영감이 과학을 앞질러 진실을 꿰뚫는다. 그 섬광이 새 지혜의 가능성을 연다. 이백은 노래했다. "천지는 만물의 여관, 시간은 영원한 길손(春夜宴桃李園序)." 그러나 대륙 또한 대지의 바다 위를 떠도는 나그네임에랴. 베게너의 직관은 그로 하여금 우주를 질주하는 푸른 별에서 멀미를 느끼게 했을지 모른다.


9만리 장천(長天)이라 했던가. 이 거리는 곧 지구의 둘레요, 정지궤도 위성의 높이다. 또한 장자가 가로되 "붕(鵬)새가 있어 한 번 날갯짓에 9만리를 난다" 하였다. 장자여, 베게너여. 혼몽한 나비의 꿈(胡蝶夢) 속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허진석 시인·한국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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