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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20년 만에 살아난 벤처투자, 벤촉법 딛고 도약"

최종수정 2019.10.21 15:05 기사입력 2019.10.2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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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4년 간 펀드 투자금 30%씩 늘어…작년 3조4000억원
상장·M&A 통해 생태계 활성화 새로운 기업 발굴·육성해야
자금 회수 부정적 전망 있지만 과거 벤처버블 때와 상황 달라
벤처투자촉진법 연내 통과 못하면 스케일업 펀드 등에 문제
신산업 육성, 정부는 '마중물'…장기적으로는 민간이 담당해야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대담=이경호 아시아경제 중기벤처부장, 정리=한진주 기자] "연간 벤처투자금액이 최근 3~4년 동안 30%씩 늘어났다. 벤처버블이 꺼지고 20년 만에 살아난 것이다. 벤처업계에는 시장과 투자만 있어서는 안되고 벤처생태계가 있어야 좋은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할 수 있다."


벤처투자금액이 역대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하면서 벤처업계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벤처의 한 축인 투자를 전담하는 벤처캐피털업계도 벤처투자촉진법 제정을 계기로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년 만에 찾아온 '제2 벤처붐'= 정성인 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벤처투자 시장이 20년 만에 부흥기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벤처버블이 꺼지면서 무너졌던 벤처생태계가 정부의 창업 드라이브 정책 등에 힘입어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벤처캐피탈협회의 벤처투자 통계를 살펴보면 1999년 2조원이었던 벤처투자금은 2002년 1조원대까지 떨어졌다가 2015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해 3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정 회장은 "2조원에서 3조4000억원이 되는데 20년이 걸렸다. 벤처버블이 꺼지면서 사라졌던 투자처가 생겨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벤처투자금이 늘고 창업가들이 많아지고, 투자가 늘어나면서 상장이나 인수합병(M&A) 등으로 시너지가 생기면 생태계가 완성된다"며 "이런 상승 작용이 새로운 산업 형성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 "벤처붐이 꺼지면 오랜 시련을 겪게 될 수 있는데 그런 과정을 막으려면 자생적 구조조정이 중요하다"며 "코스닥 시장에서도 성장 과정에서 어려워진 기업들은 퇴출시키고 새로운 기업들을 끌어올 수 있는 역동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청년들의 창업을 유도하고 모태펀드를 통해 벤처투자금을 늘렸지만 회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벤처투자 시장이 주춤했을 때도 꾸준히 성과를 냈던 투자사들이 존재하며 과거의 벤처버블이 무너진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이다.

그는 "벤처캐피털의 투자사이클이 보통 10년인데, 이전 10년 간 장기 침체에도 꾸준히 버틴 운용사 40여곳들이 자금을 조달해왔고 이중 정부자금은 30% 수준에 불과했다"며 "10년 전 기업금융 통계를 살펴보면 500조원이 움직였는데 벤처캐피털은 연간 5조원 이하로 투자하기 때문에 그 비중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의 벤처버블은 벤처 프라이머리 마켓이 아니라 유통시장의 버블이었고 지금은 코스닥 지수가 600대까지 떨어진 상황이고 잠재적인 기술창업자 풀도 많다"고 말했다.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벤처투자촉진법' 연내 통과 못하면 스케일업도 걸림돌= 정 회장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벤처투자촉진법' 통과다. 벤처투자촉진법은 벤처생태계에서 벤처투자 부분을 독립적인 영역으로 두고 벤처투자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다. 벤처기업특별법이나 창업지원법에 근거를 둔 벤처캐피털이나 액셀러레이터 등에 대한 규정들을 선별해 일원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1년째 계류돼 있다.


정 회장은 "벤처투자촉진법은 업계 숙원과제이자 가장 우선과제이지만 법안 통과가 내년으로 미뤄지면 문제가 생긴다"며 "스케일업 펀드가 대표적인데, 지금 법 구조상 중견기업만 되도 지원대상이 될 수 없다. 정부가 벤처붐을 적극 이어가려고해도 제도적으로 갖춰지지 않으면 적기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모태펀드를 통해 벤처투자를 육성해왔지만 향후에는 벤처 정책이 '신산업 육성'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정부 지원은 마중물 역할이고 장기적으로는 민간이 담당할 수 있게 기본적인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며 "기업금융 중에서도 우리나라는 투자 비중이 낮은 편이고 보증이나 대출 같은 간접금융 방식이 많아서 투자쪽으로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30년 뒤를 생각하면 주력 산업들을 대체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야 리스크가 줄어든다. 100년 이상 가는 기업은 드물고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들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기존 산업이 무너지지 않게끔 지원하면서도 빈자리를 메울 산업을 준비하는 것이 벤처정책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차등의결권 도입, 벤처업계와 의견 엇갈려=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벤처 차등의결권에 대해 벤처캐피털 업계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기업이나 상장기업에까지 적용할 경우 주식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차등의결권과 관련해 비상장 벤처기업의 경우 사적 계약으로 사전에 동의를 받게끔 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상장사까지 적용되면 주가가 반토막날 수 있다"며 "기관 투자자들의 의견도 들어봐야하는데 한국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차등의결권은 중국의 큰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고 싶어해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유치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며 "거래소에서 우량한 스타트업이나 벤처를 유치하려는데 관심이 많지만 차등의결권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국내 증시로 올 수 있는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소재ㆍ부품ㆍ장비 분야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정부가 소재ㆍ부품ㆍ장비 분야 벤처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부쳤지만 상생협력과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해서는 '공정거래'부터 뒷받침돼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소재ㆍ부품ㆍ장비 분야에서 화두인 국산화 역시 핵심은 분업인데 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이 성장할 때까지 같이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공정거래를 제대로 하게끔 도와주고, 대기업도 중소ㆍ벤처기업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 "일본과 수출규제 갈등으로 소재ㆍ부품ㆍ장비 기업들에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데, 공정거래 부분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그동안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이 성장한 비결도 벤처기업들이 잘해줬기 때문인데 대기업들이 기술을 가진 업체들에 마진이나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분야 기업에 투자할 때 마진을 못 받는 부분부터 걱정하게되면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나 가격이 형성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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