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한번 해봐" 대법원 패소 후 의회 도발한 英존슨…막말 공방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영국의 트럼프' 보리스 존슨 총리가 대법원 패소 후 다시 문을 연 하원에 출석해 자신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을 막아선 야권을 도발했다. 이른 바 '자해전략'으로 평가됐던 내각 불신임 투표를 먼저 거론하는가 하면 두 팔을 벌려 흔들면서 "뭐가 무섭냐?" "덤벼봐(come on, come on then)"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야당 의원들은 "감옥에 가야 한다" "거짓말과 기만, 법치훼손"이라고 존슨 총리를 공격했다.
B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유엔(UN)총회 참석 일정을 단축하고 영국으로 돌아간 존슨 총리는 25일(현지시간) 하원에 출석해 전날 대법원의 의회 정회 위법 판결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야권을 향해 "유권자들이 결정을 내리도록 하기보다 법원으로 달려갔다"며 "대법원은 잘못된 결정을 내렸고, 본질적인 정치적 문제를 잘못 선고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를 가리켜 "유권자들의 판단을 피하기 위해 (내각) 불신임 투표를 기피하는 책략이냐"며 "총리가 되겠다는 생각이라도 더 이상 있느냐"고 비꼬았다. 그는 녹색당, 자유민주당, 스코틀랜드국민당 등 야권측으로 돌아서서 "대체 뭐가 무섭냐"며 내각 불신임투표안을 상정하라고 자극하기도 했다.
이에 코빈 대표는 "(존슨 총리는) 법 위에 그가 있다고 생각하는 위험한 총리"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나는 총선을 원한다"며 "만약 그가 선거를 원한다면 (브렉시트를) 연장하고 선거를 치르자"고 말했다. 존슨 총리와 달리 노동당의 당론은 아무런 합의없이 탈퇴하는 이른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우려가 사라져야만 총선 개최에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존슨 총리가 상정한 1,2차 조기총선안에서 노동당 의원들이 기권표를 던진 배경도 여기에 있다.
코빈 대표는 이날도 존슨 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언 블랙포드 스코틀랜드 국민당 원내대표 역시 "믿을 수 없는 총리"라며 "그의 임기는 거짓말과 기만, 법치 훼손의 나날"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격앙된 블랙포드 대표의 발언은 하원의장으로부터 철회요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존슨 총리에게 "독재를 끝내라"고 공격을 이어갔다. 일각에서는 탄핵 주장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존슨 총리 역시 하원이 통과시킨 노 딜 방지법(EU법)을 "항복법안"으로 명명하고 "배신자(traitor), 배반(betrayal)" 등의 발언을 쏟아내 비판을 받았다. 그는 일부 의원들이 이 같은 단어 사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자 도리어 이를 "협잡(humbug)"으로 깎아내려 분노를 야기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BBC는 이날 하원의 모습을 '완벽한 곰 우리'로 비유하며 "모든 방향에서 독설이 쏟아졌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의회법에 따르면 조기총선 개최를 위해서는 하원 재적의원 3분의 2선인 434표가 필요하다. 지난 10일 새벽 공개된 하원 표결 결과 찬성표는 293표에 불과했다. 그러나 내각 불신임투표가 진행될 경우 과반수만 확보해도 조기총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WP는 이번 주 내 불신임 표결이 제기되더라도 11월에야 총선 개최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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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보수당은 대법원이 의회 정회가 위법이고 무효라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주 3일 간 의회를 정회하는 내용을 26일 논의안건으로 상정했다. 스카이뉴스 등 현지 언론들은 앞서 소식통을 인용해 존슨 내각 관계자들이 당초 예정대로 엘리자베스 2세여왕이 10월14일 회기 개회를 알리는 연설에 나설 수 있도록 짧은 기간 의회를 정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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