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민을 위한 정치인이 목마른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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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조국대전'이 쉽게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여권은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의 적임자라며 조국 지지 의사를 보이지만 야권은 '국민을 위한' 조국 법무장관 사퇴를 외치며 삭발까지 서슴지 않은 채 조국대전에 몰두하고 있다.


모처럼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들 모습을 보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내야 옳다. 그러나 여야의 모습 모두 한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의 제목이었던 '도긴개긴'을 연상시켜 씁쓸하다. '국민을 위한'이라기보다 '2020 총선 당선을 위한' 이기심이라는 표현이 더 솔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하늘처럼 섬긴다는 국민의 실생활은 어떤가. 국제수지 악화, 한일 갈등, 유가상승, 일자리 부족,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파동, 노동시장 갈등, 원화 가치 하락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악재로 "먹고 살기 참 힘들다"는 말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국민은 지쳐 있다. 이런 바닥민심에도 경제 이슈는 조국대전이라는 거센 파도 속에 묻히고 있다.


경제인들에게는 가능하면 정치인이나 집권세력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다. 그럼에도 지난 18일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에 참석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통상 갈등에 더해 일본 수출규제의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를 우려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할 시기임에도 우리 사회에선 경제 이슈 관련 논의가 실종되고 있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53%로 재임 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잘 하고 있다'는 응답도 40%로 취임 후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야권으로서는 내심 웃을 수 있는 일일지 모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조국 법무장관 이슈로 여권을 이탈한 지지층이 야권으로 옮겨갔다기보다 여야 모두 싫다는 무당층이 38%에 육박하는 것을 보면 여야 모두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말하기에는 한참 부족해 보인다.


여론조사 결과는 '조국 여파'의 장기화에 국민이 지쳐가고 있음도 보여주고 있다. 검찰의 수사는 여권의 눈치를 보면서 좌고우면할 단계는 훌쩍 지난 것으로 보인다. 언론이 연일 수사상황을 보도하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지금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장에서 브레이크를 잘못 밟으면 검찰조직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쯤은 상식이기 때문이다.


무당층이 많아지자 여야 모두 새로운 수혈로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을 극복하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국민을 위한 정치'는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맹자'는 백성을 감동시키기 위한 위정자의 태도와 행위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중 양혜왕 하 9장에 이런 글이 있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인데 재산이 없으면 항심(恒心)을 가질 수 없고 죄에 빠지기 쉽다. 이를 형벌로 다스리는 것은 백성을 속이는 일이다. 백성이 풍족해야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 법인데 백성을 가난하게 해놓고 죄 지은 백성을 탓하는 것은 위정자가 백성을 속이는 것이다." 진정한 민의(民意)정치는 백성의 살림살이를 편하게 해주는 것이다.


곧 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린다. 21대 총선을 위한 정쟁보다 국민의 한숨을 달래주는 정치인만이 내년 4월 국민으로부터 선택 받을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태풍이 휩쓸고 간 마을에서 주민들은 피해복구에 구슬땀을 흘리는데 학교 강당을 빌려 체육대회 겸 술판까지 벌인 지방의원들의 행태를 더 이상 뉴스에서 접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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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천 객원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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