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기관, 저신용기업 담보대출 파생상품(CLO)에 4조7100억원 투자
CLO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파생상품인 CDO와 유사
세계 경기 둔화로 기업 신용위험 높아지면 CLO 부실 확률 높아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방아쇠를 당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이용한 파생상품과 유사한 금융 상품에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몰리자 한국은행이 경고음을 울렸다. 한은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급성장 한 대출담보부채권(CLO)을 문제아로 지목했다.
CLO는 BBB등급 미만의 저신용 기업들의 담보대출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만든 파생금융상품이다. 신용 위험도가 높았던 서브프라임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묶어 만든 부채담보부채권(CDO)과 비슷한 구조다. 한은은 CLO가 과거 CDO처럼 금융 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것이라 우려했다.
15일 한국은행의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해외 CLO투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의 해외 CLO투자규모는 올 1월 40억달러(약 4조7100억원)로 집계됐다. 보험회사가 23억달러, 자산운용회사가 14억달러를 투자했다. 2013년 말 투자 규모가 10억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급격히 늘어난 셈이다.
국내 기관 보유 CLO를 신용등급별로 보면 투자등급(BBB)이상 채권비중은 90%로, 시장 CLO(82%)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투자등급 채권 중에서 최상위 등급인 AAA등급 비중은 14%로 시장 CLO(59%)를 크게 하회했다.
기업담보대출로 만든 CLO는 유형별로 채권유형과 지분유형으로 나뉜다. 채권 유형도 최우선 원리금 상환 등급인 선순위채권과 그 다음 등급인 메자닌 채권으로 나뉜다. 최하위등급은 지분채권이다.
국내기관 보유 CLO 중 선순위ㆍ메자닌(Mezzanine) 비중은 76%를 차지한다. 한은 금통위원 중 한명은 "선순위 또는 A등급 메자닌 채권이라고 하더라도 이들 채권의 수익률이 국채 수익률에 비해 높아 손실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며 "해당 투자의 안정성에 대해 유의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선순위채권 중 하나인 AAA등급 채권의 평균 수익률은 올 1월 기준 4.05%였다.
지분채권은 기업이 담보대출을 못 갚게 되면 손실을 가장 먼저 떠안게 된다. 국내 기관들의 투자금은 4억달러(무등급투자 2억달러ㆍ채권+지분 혼합한 콤보노트 2억달러)로 추정된다. 고위험에 상응하는 높은 배당을 지급 받아 신용 위험이 낮은 시기엔 비교적 빠른 기간에 투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반면 투자 초기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 나중에 레버리지론(기업담보대출을 채권화한 상품) 가격이 반등해도 투자 수익을 회복하기 어렵다. 2016년과 2017년 국내 투자자 매입 지분의 누적 배당수익률은 각각 27.6%, 20.3%(추정치)로, 아직까진 선방하고 있다.
한은은 앞으로 세계 경기 침체로 담보대출을 받은 기업들이 위기에 빠지면 CLO가격도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최근 국내기관의 CLO투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해외채권 보유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라며 "다만 글로벌 성장세 둔화로 이들 기업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경우 CLO가격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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