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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웰컴 투 어글리!/권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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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로 벽을 만들었어요


슬리퍼와 슬리퍼 사이

바람이 불고


틈이 생겼지만


슬리퍼는 슬프지 않아요

슬리퍼는 어디론가 늘 맴돌아요


슬리퍼는 비 오는 날, 흘러내려요


슬리퍼슬리퍼슬퍼리퍼슬슬리퍼리슬슬퍼슬리슬퍼슬리리퍼퍼슬리퍼퍼슬리퍼슬슬리퍼슬리슬슬퍼퍼슬퍼슬리퍼퍼슬슬리퍼슬리리리퍼슬슬퍼퍼슬리퍼리퍼슬슬리퍼슬리퍼슬슬퍼슬퍼슬퍼퍼슬리퍼슬슬퍼퍼……


슬리퍼 벽에서 문이 열리면 빨강 모자 쓴 그녀가 슬리퍼를 신고 등장해요


슬리퍼는 얼굴이 없어요 슬리퍼는 가슴이 없어요 슬리퍼는 감정이 없어요 (그런 슬리퍼를 사랑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초!) 슬리퍼는 진실이 없어요 슬리퍼는 눈물이 없어요 슬리퍼는 할 말이 없어요 슬리퍼는 친구가 없어요 슬리퍼는 돈이 없구요 슬리퍼는 직업도 없어요 (그런 슬리퍼를 사랑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초!) 슬리퍼는 가족과 애인이 없어요 슬리퍼는 우산이 없구요 슬리퍼는 그림자도 없어요 슬리퍼는 색깔이 없어요 슬리퍼는 음악이 없고 슬리퍼는 담배는 있는데 불은 없죠 슬리퍼는 슬리퍼가 없어요 슬리퍼는 슬퍼가 없어요 (그런 슬리퍼를 사랑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초!)


벽 너머 당신은, 당신이 아닌 당신


총을 겨누고


거울 밖 겨울을 견디며


슬리퍼들이 걸어가요 벽이 움직여요 벽이 벽을 따라 걸어가요 벽이 아닌 벽을


[오후 한 詩]웰컴 투 어글리!/권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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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유령이 도심을 배회하고 있다―삼선 슬리퍼라는 유령이. 그들을 멸시하고 아니꼬워 하는 모든 명품들이 이 유령의 성스러운 배척을 위하여 동맹하였다. 지미추와 구찌, 페레가모, 제누이오와 한정판 나이키들이. 이러한 사실로부터 두 가지 결론이 나온다. 삼선 슬리퍼는 이미 모든 명품들로부터 하나의 세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삼선 슬리퍼들이 전 세계 앞에 공공연하게 자신의 견해와 목적과 지향을 표명할 절호의 시기다. 지금까지의 모든 역사는 신발 투쟁의 역사다. 만국의 슬리퍼들이여, 단결하라!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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