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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건축물은 도시계획 보상 왜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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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북구 동림동 일대 지난달 1일 ‘도로확장’ 고시

현행법상 가건물은 자진철거 대상… 임대 자영업자 ‘막막’

광주광역시 북구 동림동 일대가 도시계획도로 도로확장사업이 실시될 예정이지만 246-4번지 건축물은 가설건축물로 등록돼 있어 법규상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됐다.

광주광역시 북구 동림동 일대가 도시계획도로 도로확장사업이 실시될 예정이지만 246-4번지 건축물은 가설건축물로 등록돼 있어 법규상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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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윤자민 기자] 광주광역시 북구에 거주하는 이모(59)씨는 젊은시절 대기업 건설업에 종사하는 이른바 ‘잘 나가는 사람’이었다.


예쁘고 마음씨 고운 아내와 두 살 터울의 아들 둘과 함께 행복한 젊은 시절을 보낸 그는 지난 2011년 잘나가던 시절을 뒤로 하고 23년 간 몸담은 곳에서 갑작스럽게 명예퇴직했다.

그러나 가족들의 생계는 물론 뒷바라지해야 하는 대학교 2학년, 고등학교 3학년 아들들을 위해 제대로 된 휴가는커녕 곧바로 생업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2개월 정도의 발품 끝에 이씨는 당시 유행하는 피자가게를 가맹점으로 열면 가족들이 여유는 아니어도 어렵게 살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지난 2012년 2월, 한 피자 체인점 본사가 추천해 준 북구 동림동 246-4번지에 약 8평 규모(26.4㎡)의 한 가설건축물을 보증금 1500만 원, 월세 74만5000원으로 임대 계약했다.

이씨는 당시 일대가 도시계획시설 부지로 예정돼 있다는 얘기를 주변을 통해 들었지만 우선 정확한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과 영업신고서에 ‘2050년까지 이 건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문구를 보고 “내가 2050년이면 몇 살이야”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한다.


이씨는 부푼 꿈을 안고 기존의 호프집을 1억5000만 원을 들여 실내 장식과 집기류와 화덕 등을 구매·설치, 본격적인 장사를 시작했다.


그럭저럭 가게도 운영된 터라 2년마다 건물 임대 재계약을 진행했고 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이씨는 지난 2월에도 또 2년의 재계약을 진행했다.


잘나갔던 시절처럼 큰돈이야 벌기는 어려웠지만 이씨는 피자가게를 운영하며 부족함 없이 큰아들 결혼시켰고 내년에는 둘째 아들도 결혼이 예정돼 있어 역시나 자신에 대한 보상은 미루고 일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씨를 인생의 나락으로 몰게 했던 것은 지난 9일.


시청에서 공무원들이 가게를 찾아와 ‘이 구역 도로가 도시계획사업으로 지난 1일 자로 고시되면서 보상을 위해 현장점검을 나왔다’며 현장을 둘러보던 중 이씨가 궁금해 물어보자 “보상이 될 것”이라며 돌아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를 통해 “가설건축물이기 때문에 규정상 보상을 해줄 수 없다”고 했던 것이다.


이씨는 퇴직금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투자했던 이곳이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가게에서 나가야만 하는 처지가 되면서 하소연을 해보며 나름대로 방법을 찾았지만 현행법으로는 구제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31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북구 동림동 246-4번지 건물은 지난 1992년 8월 14일 도시계획시설 사업으로 첫 인정 고시됐고 건물주는 지난 2000년 11월 29일 가설건축물 허가를 받았다.


도시계획시설 사업이 고시되면 건물주가 가설건축물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당시 허가의 조건에 ‘도시계획시설 사업을 시행할 경우 무보상 자진철거’라고 명시돼 있어 보상을 받기에는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게 결론이다.


실제로 판례에도 나와 있다.


대법원 판례(2001다7209)에는 소유자가 손실보상을 청구할 수 없으므로 해당 가설건축물에 터 잡은 임차인도 할 수 없다고 판시됐다.


평생 모은 돈을 투자해 가족만을 위해 살던 이씨는 “가설건축물이 도시계획시설 사업에서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을 알았다면 이곳을 임대해서 장사하겠느냐”며 “도시계획시설사업 부지 내 가설건축물을 임대할 경우 사전에 담당 지자체에서 명확하게 알려줘야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고 토로했다.


이에 가설건축물을 임대할 경우 관련 사항을 명시하는 등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이씨를 돕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대법원 판례도 있고 규정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건축물 보상건과 함께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법규상 보상이 어렵게 된다면 건물주와 임차인이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찬 광주시의원은 “해당 건물의 임차인을 만나 사정을 들어보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윤자민 기자 yjm30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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