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참가했던 美 참전용사의 특별한 마지막 길

사진출처 : 스피닝 그로브 묘지 페이스북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열린 한 한국전 참전용사의 장례식에 가족들이 참석하지 못한다는 소식에 그와 아무런 인연이 없는 수천명의 시민이 참석해 화제가 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오하이오주(州) 신시내티의 스프링 그로브 묘지 측은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6ㆍ25 참전용사 헤즈키아 퍼킨스(90) 씨의 장례식을 알리는 안내문을 올렸다. 퍼킨스 씨의 가족들이 건강상의 문제로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면서 지역주민들에게 장례식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장례식을 불과 하루 앞두고 올린 글이었다.

묘지측은 고인이 20년 넘게 본인의 장례식을 준비하고 비용도 미리 지불했지만 현재 그의 가족들은 모두 마을을 떠나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묘지 담당자인 스킵 펠프스 씨는 "이에 대한 반응이 어떻게 될 지 우린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25일 스프링 그로브 묘지에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고인과는 일면식도 없는 수천명의 낯선 얼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안내문을 보고 미시시피에서 달려온 커플을 포함해 수백마일을 운전해서 달려온 이들도 있었다.

켄터키주에 있는 육군 부대 '포트 녹스' 소속 군인들은 성조기를 접어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국기 의식을 거행했다. 유가족을 대신해 장례식 감독이 국기를 건네받았다. 펠프스 씨는 "고인은 군악대의 나팔 연주, 백파이프의 '어메이징 그레이스' 연주, 오토바이가 앞장서 이끄는 수백 대의 차량 행렬, 그리고 제복을 차려입은 퇴역군인들이 가득 차는 크나큰 영광을 얻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스프링 그로브 측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참석자 수에 겸허해졌으며 지역 사회가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장례식을 특별하게 만들어준 지역 주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