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액검사기·엑스레이 등 의료기기 사용 확대 선언 기자회견

-"추나요법·첩약 급여화 맞춰 환자 상태 명확한 평가 필요"

-의사협회 "전문성 떨어져"

한의사協 "의료기기 사용 확대"에 갈등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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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현대 의료기기 사용권을 둘러싸고 의사와 한의사 간 해묵은 갈등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최근 추나요법에 이어 첩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두고 양측이 대립하는 가운데 대한한의사협회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확대 선언"을 하면서다. 한의사협회는 추나요법과 첩약 급여화의 안전성, 효과성을 높이려면 의료기기 사용이 필수라며 본격적으로 의료기기 사용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나섰다.


◆한의협 "혈액분석기·엑스레이 쓰게 해달라"= 한의사협회는 13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확대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날 한의사협회가 사용 확대 선언을 한 의료기기는 혈액분석기와 엑스레이다. 한의사협회는 6월 혈액검사기를 시작으로 하반기 휴대용(저출력) 엑스레이의 사용 확대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뒀지만 국민 건강권 차원에서 의료기기 사용을 더는 늦출 수 없다"면서 "기본 진료를 위한 의료기기 사용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의사협회가 혈액분석기와 엑스레이 사용을 꺼내든 것은 최근 건강보험 적용(급여화) 움직임과 깊은 연관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한의약 보장성 강화 차원에서 지난달 추나요법에 건강보험을 적용했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이나 신체, 보조기구 등을 이용해 환자의 관절과 근육, 인대 등을 조정·교정하는 한의 수기 치료 기술을 말한다. 그동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으로 병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8100~20만원)이었지만 건강보험 적용으로 환자의 본인 부담이 1만~3만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복지부는 추나요법에 이어 올해 첩약 급여화 시범 사업도 추진하기로 한 상태다.


한의사협회는 추나요법, 첩약 급여화와 맞물려 혈액분석기 및 엑스레이 사용을 주장하고 있다. 의료기기를 통해 환자 상태를 명확히 평가할 필요가 있고 건강보험 급여화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혈액 검사의 경우 복지부가 한의사도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으나 건강보험 청구가 불가능해 한의사 자부담으로 검사하거나 환자가 양방 병·의원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 한의사협회는 첩약 사용 전후 혈액 검사로 10만건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해 정부에 혈액 검사 보험 급여화를 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최혁용 한의사협회장도 지난 2일 '2020년도 요양급여비용(수가) 계약 관련 의약단체장 간담회'에서 "올해 추진되는 첩약 급여화 역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쓰려면 사용 전후 혈액 검사를 통해 간이 나쁜 환자가 첩약을 먹었는지, 첩약을 먹고 나빠졌는지 등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나요법은 인체 구조를 변경시키는 의학으로 효과성을 제고하려면 척추에 어떤 구조적 불균형이 있는지 볼 수 있도록 엑스레이를 써야 한다"며 "중국ㆍ대만의 중의사, 북한의 고려의사는 물론 의사가 아닌 미국의 척추신경 전문의(카이로프랙터)도 엑스레이를 자유롭게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5년째 지지부진…한의사-의사 갈등 격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확대 논란은 해묵은 과제다. 논란은 헌법재판소가 2013년 12월 안압측정기와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 등 5종의 의료기기에 대해 한의사에게 과학기술의 산물인 의료기기의 사용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이를 토대로 복지부는 2014년 3월 혈액 및 소변 검사 등 주요 검사를 한의사가 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같은 해 12월 보건의료 규제 기요틴(단두대) 선결 과제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규제를 선정하고 추진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한의사와 의사 간 갈등의 골만 깊어졌을 뿐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2017년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도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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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협회와 맞서고 있는 대한의사협회는 즉각 반발했다. 의사협회는 현대 의학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전문성이 떨어져 오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현행 면허 체계를 무시한 초법적 행위"라며 "한의사들을 불법 행위로 몰아넣을 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 측면에서도 위해를 끼칠 우려가 매우 크다"고 반박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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