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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스크러버'단 HMM블레싱號…친환경 승부수 건 현대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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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스크러버'단 HMM블레싱號…친환경 승부수 건 현대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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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상하이·닝보(중국)=유제훈 기자] 지난 9일 오전 중국 저장성 닝보시 메이산(梅山)항을 출발한 현대상선 소속 HMM블레싱호. 부산항까지 가는 1만1000TEU급(20피트 컨테이너 박스 1만1000개) 대형 컨테이너선이다. 이 배의 핵심은 '스크러버(scrubber)'다. 스크러버는 배기가스에 포함된 황산화물(SOx)의 비중을 줄여주는 설비다. 1만TEU급 대형선 중엔 HMM블레싱호를 비롯 현대상선 소속 컨테이너선 2척에 세계 최초로 설치됐다. 그만큼 보기 드문 친환경 설비라는 얘기다.


HMM블레싱호의 키를 잡고 있는 조형익 선장(42)은 "2000년대는 8000TEU급 이하 배로 최대한 빠르게 화물을 나르던 '속도'의 시대, 2010년대는 1만TEU급 이상 초대형선으로 경제속도를 준수하며 물량을 처리하던 '규모'의 시대였다"며 "이제 2020년대 해운산업의 트렌드는 '친환경'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조 선장은 20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그는 지난 20년간의 경험을 볼때 향후 10년은 환경규제와 수익성을 어떻게 접목시키느냐에 따라 해운업계의 생사가 좌우된다고 진단했다.

조 선장이 말한 친환경은 국제해사기구(IMO)가 내년 1월1일부터 적용하는 SOx 배출규제를 의미한다. 전 세계 모든 화물선은 내년부터 배기가스 중 SOx 비율을 현행 3.5%에서 0.5%까지 낮춰야 한다. 이미 미국ㆍ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 국가는 자국 연ㆍ근해에서 SOx 배출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 역시 올해부턴 영해 밖 12해리 까지 SOx 배출규제(0.1%)를 확대했다.


조 선장은 "중국은 SOx 배출 기준 준수를 검사하기 위해 열감지 장치는 물론 드론까지 동원하고 있다"며 "중국 연안에선 SOx 함유량이 낮은 저유황중유(LSFO)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HMM블레싱호에 설치된 스크러버 본체(제공=현대상선)

HMM블레싱호에 설치된 스크러버 본체(제공=현대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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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HMM블레싱호가 중국 영해를 떠나 동중국해 공해상으로 접어들자 SOx 비중을 줄여주는 설비인 스크러버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스크러버 본체의 높이는 11.15m에 달한다. 일반 아파트 층고가 2.7m인 점을 감안할때 약 4층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HMM 블레싱호가 탑재한 스크러버는 '개방형 스크러버'다. 엔진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에 천연 알칼리성을 띠는 바닷물을 분사, 산성 물질인 SOx를 씻어내고 정화된 배기가스를 내보낸다. SOx를 씻어낸 해수도 모니터링 장치를 거쳐 규정 준수여부를 검사한 뒤 배출된다.


스크러버의 최대 강점은 경제성이다. 일반적인 컨테이너선은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기존 벙커C유에 비해 30% 가량 비싼 LSFO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박은 벙커C유를 그대로 써도 IMO 등의 기준을 준수할 수 있다. 유류비는 현대상선이 지출하는 비용 중 20%를 차지할 정도로 운임 및 수익성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이성엽 기관장은 "블레싱호의 1일 연료소모량을 최대 100t으로 가정할 경우 현재 유가를 감안하면 스크러버를 가동할 시 LSFO 사용 대비 약 180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글로벌 주요선사들이 친환경 규제에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점을 기회로 보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은 2010년대 급격한 선복량 확대에 나선 상태여서 추가 투자 여력이 많지 않다.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박을 대량 발주하기엔 공급 과잉이 우려되고, 기존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하자니 투자비용과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수 있어서다.


이에따라 현대상선은 내년부터 스크러버가 장착된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 1만5000TEU급 8척 등 초대형선을 도입하면 경제성과 동시에 운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이주명 현대상선 중국본부장은 "한 외국 선사는 LSFO를 사용키로 방향을 정했지만 가격이 비싼데다 주요 정유사로부터 선 매입한 물량도 연간 소요량의 30% 수준에 불과해 곤혹스런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안다"며 "LSFO로 방향을 잡았던 다른 선사도 최근 일부 선박에 스크러버를 장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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