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워킹맘 김은주(36·가명)씨는 지난해 아이 출산 후 신혼집을 친정 근처로 이사했다. 그가 복직하면 아이를 친정어머니가 봐주기로 했기 때문. 올해 복직 후 주5일 친정집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출근하던 그는 며칠 전 어머니로부터 사흘간 등산 여행을 다녀오겠다는 통보를 받고 ‘멘붕’에 빠졌다. 아이 봐줄 사람을 구하느라 사방팔방 연락하던 김 씨는 문득 엄마의 여행이 ‘네 번째 육아로 인한 피로감에서 온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엄마는 언니와 나, 그리고 조카에 이어서 이번이 네 번째인 육아를 묵묵히 하고 계셨던 것”이라며 “나도 나중에 내 딸의 자식을 키워줄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고 고백했다.
맘고리즘은 ‘엄마(mom)’와 문제 해결을 위한 수학적 절차를 지칭하는 ‘알고리즘(Algorithm)’의 합성어로 일생에 걸쳐 과도한 육아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한국 여성의 현실을 은유하는 말이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4년 발표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의 자녀를 조부모 및 친인척이 돌보는 비율이 전체의 63.6%로 아이 돌보미(5.0%)나 베이비시터(5.4%)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친정이나 시댁에서 아이를 돌봐주면 워킹맘, 돌봐 줄 사람이 없으면 전업맘, 워킹맘 하다가 못 버티고 사직하면 경단녀’란 자조 섞인 푸념이 공유된다. 그림자 노동으로, 또 여성의 전유물로만 치부되던 육아에 대한 남성, 그리고 사회적 관심과 책임이 어느 때보다 긴요한 시점이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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