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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보험사기 8000억...나이롱 환자 뛰어넘은 환자 사고파는 병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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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의료기관 종사자가 브로커
농한기 버스대절해 노인환자 실어날라
한방·요양병원 등 과잉진료·허위청구
안과·성형·피부과 등 진료과목도 진화
지능범죄 정보공유 어려워 처벌 세져야

작년 보험사기 8000억...나이롱 환자 뛰어넘은 환자 사고파는 병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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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박지환 기자] #전남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는 매월 한 차례 마을회관 앞으로 대형 관광버스 한 대가 찾아온다. 이 버스는 마을의 70대 이상 어르신들이 줄지어 타면 곧바로 어디론가 향한다. 여행사 직원처럼 보이는 담당자가 출석을 체크하기도 한다. 어르신들은 이날을 소풍 가는 날이라 부른다. 버스는 1시간을 달려 시내에 위치한 세련된 건물의 한 병원에 도착한다.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실손보험을 이용해 적은 자기부담금으로 평소 받기 어려운 고가의 치료를 받는다. 어르신들은 교통편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식사 대접 등 각종 편의를 누릴 수 있는 이날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다. 비용의 대부분은 보험으로 처리하니 병원도 이익이다. 시골 노인들에게 관절염이나 당뇨처럼 노인성 질환이 흔하다는 점을 악용해 보험 브로커와 병원이 저지르는 '환자 사고팔기'다.


보험업계가 나날이 늘어나고 수법도 교묘해지는 보험 사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빅데이터 활용 등 보험 사기를 적발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보험 사기에 대응하기엔 벅차다.

◇진화하는 보험 사기, 적발된 것만 8000억원= 보험 사기 적발 금액은 해마다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 사기 적발 금액은 2015년 6549억원, 2016년 7185억원, 2017년 7302억원에 이어 지난해엔 7982억원으로 매년 수백억 원씩 늘고 있다. 적발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보험 사기 규모는 수조 원에 달한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통설이다.


보험 사기 유형도 거듭 진화하고 있다. 자동차 사이드미러 손목 치기 같은 고의 사고나 운전자, 차량 바꿔치기는 고전적 수법이다. 보험을 잘 아는 브로커가 병·의원, 환자와 조직적으로 공모하거나 가·피해자가 담합하는 등으로 진화되고 있다. 실손보험이 보편화되면서 허위, 과다 진료에 의한 보험 사기도 급증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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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사기 온상 사무장 병원 = 특히 사무장 병원이 등장하면서 보험 사기의 온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보험 사기가 정형외과에서 입원 기간을 늘리던 수준에 그쳤다면, 이제는 비급여 부분 과잉 진료, 실제 진료와 다른 내용의 진단서 발급을 통한 보험금 편취 등 실손보험에 대한 허위 청구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 사기가 발생하는 병원도 정형외과는 물론 안과나 성형외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등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이러한 보험 사기는 보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교묘히 자극한다. 과거 치조골 수술을 1회만 한 뒤 2회를 한 것으로 횟수를 부풀려 보험금을 편취하는 등 허위 수술을 통한 보험 사기가 적발되자, 최근에는 의료적으로는 무의미한 최소한의 치조골을 이식한 후 수술을 했다며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허위·과다 장해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금 약 57억원을 받아낸 보험 사기 혐의자 18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사무장 병원을 비롯해 한방병원, 요양병원 등 병·의원 관련 보험 사기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채한기 생명보험협회 보험사기대응센터장은 "최근 사무장 병원에서는 전문 브로커들이 환자 명부를 가지고 다니면서 병원-브로커 간 환자 사고팔기가 이뤄지고 있다"며 "농한기 농촌 지역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버스를 대절해가며 환자들을 실어나르는 브로커들은 보험 설계사나 의료기관 종사자 출신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성 손해보험협회 공익사업부장은 "최근 보험 사기는 일부 병원들이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사무장 병원이 보험 사기로 적발되더라도 폐업 후 도주하거나 재산 은닉 등으로 보험금을 환수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단속도 진화해야 하는데 법이 가로막아 = 한층 정교해진 보험 사기 적발을 위해 빅데이터 활용 등 정보 공유가 필요하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되지 않고 있다.


김 부장은 "보험 사기 적발을 위해서는 민영보험과 공보험, 보험사 간 정보 공유가 필수적"이라며 "현재 보험 사기 적발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개인정보법 때문에 보험 사기 관련 정보 공유가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보 포상금 강화 등 보험 사기 내부 고발을 유도하는 방안도 아직은 미흡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기방지센터를 통해 보험 사기 신고자 포상제도를 운영 중이다.


채한기 센터장은 "병·의원 과잉·과다 진료 후 환자에게 보험금을 편취하는 사례는 전문 의료 분야로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며 "문제가 있는 병ㆍ의원들은 대부분 제보를 통해 적발되기 때문에 내부 고발자에 대해서는 제보 포상금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로 리스크, 하이 리턴'…처벌 강화해야 = 보험 사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보험 사기는 '저위험, 고성과(Low Risk, High Return)' 범죄라는 인식이 많다. 적발될 확률도 낮지만 적발되더라도 보험사와 합의해버리면 처벌이 약해지는 규정을 악용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보험 설계사나 보험사 직원 등 전문가들이 대거 보험 사기에 연루되며 보험 사기가 갈수록 대형화·조직화·지능화되고 있다. 지난해 보험 사기로 적발된 이러한 전문가들은 3075명이나 됐다.


채 센터장은 "보험 사기는 전문 지식이 필요한 고도의 지능 범죄"라며 "의료인, 보험 설계사 등 보험 사기에 연루되기 쉬운 전문가들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을 하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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