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법정기념일 지정 '한부모가족의 날' 만난 미혼부
돕고 살자는 취지로 모임 만들어 아품→한국부자가정협회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힘든 상황을 혼자 이겨내야 하는 미혼부들이 서로 의지하고 살면 좋겠습니다."
올해 처음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10일 한부모가족의 날을 맞아 만난 김지환 세상에서제일좋은아빠의품(아품) 대표는 6살 딸과 함께 사는 미혼부다. 그가 아이를 처음 안은 건 2013년이었지만 출생신고는 1년 후에나 했다. 미혼부가 엄마 없이 출생신고를 하려면 절차가 까다롭고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동안 아이는 건강보험 적용도 받지 못한다. 상대적으로 미혼모가 아빠 없이 하는 출생신고는 간단하다.
김 대표는 "누군가에겐 그저 정상적인 행정절차겠지만, 병원 한 번 마음 놓고 갈 수 없는 아이 입장에선 생명의 문제가 된다"며 "일단 아이의 주민등록번호부터 만들어주고 나중에 절차를 진행하도록 했으면 한다"고 아쉬워했다.
미혼부는 미혼모에 비해 숫자도 적고 사회적 관심도 별로 끌지 못한다. 그래서 김 대표는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미혼부끼리 서로 돕고 살자는 취지로 아품이란 모임을 만들었다. 조만간 '한국부자가정협회'로 이름을 바꾸고 사무실도 낼 예정이다. 임시 거처가 필요한 미혼부를 지원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미혼부와 아이들과 모여 사는 공동체 마을을 만드는 꿈도 있다고 한다.
협회가 공식 출범하면 김 대표는 아이와 함께 놀고 대화하는 법 등을 공유할 계획이다. 그는 "아빠들은 엄마들과 달리 주변에 도와달라는 이야기도 잘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협회가 생기면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좀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경제적 자립 뿐 아니라 심리적·정신적 자립까지도 지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주변을 살피고 돕겠다고 나설 정도로 나름의 육아·자립 노하우를 갖췄지만, 김 대표 역시 홀로 아이 키우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아이가 태어났다는 죄책감과 미안함이 크지만, 더 이상 죄를 지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다"며 "아이에게 사랑을 다 주고 책임도 다해 하루하루 나아지는 삶을 살게 해주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한부모 가정에 지원을 더 해주려고 해도 규정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국회가 좋은 법들을 만들거나 개정해 원활한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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