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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집안에 봄을 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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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7년 국가별 연평균 초미세먼지(2.5㎛ 이하) 농도 통계에서 한국은 ㎥당 25.14㎍으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회원국 평균 농도인 12.5㎍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실제 지난 겨울에는 '삼한사온(三寒四溫)' 대신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라는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미세먼지 원인물질의 배출량을 줄이고 발생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도 마련됐다.


날씨는 온화해졌지만 먼지 탓에 밖으로 나서는 발걸음은 무겁다. 필자만 그런 것은 아니다. KT가 미세먼지 측정망과 보행 인구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 '나쁨'인 날은 '좋음'인 날보다 보행 인구가 200만명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이틀 평균 10㎍ 증가하면 정신질환에 의한 응급 입원이 0.8%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대자연의 웅장한 봄에는 못 미치지만 집안에서도 작게나마 봄을 느낄 방법이 있다. 초록 식물을 입양하는 것이다. 식물 기르기는 여러 이점이 있다.


먼저 실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파키라와 백량금, 멕시코소철, 박쥐란, 율마는 대표적으로 실내 미세먼지를 줄여주는 식물이다. 농촌진흥청이 미세먼지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화 기기를 이용해 식물이 있는 방에서 초미세먼지가 실제 줄어든 것을 살펴봤다. 그 결과 파키라는 4시간 동안 초미세먼지 155.8㎍/㎥, 백량금은 142㎍/㎥, 멕시코소철은 140.4㎍/㎥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리는 기공으로 미세먼지가 흡수되는 것이다. 또한 잎 표면에 있는 끈적끈적한 왁스 층이 먼지를 달라붙게 해 줄여주기도 한다. 집안에서 미세먼지 제거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부피로 따져 전체 공간의 2% 정도를 식물에 양보해야 한다. 관리도 어렵지 않다. 잎의 왁스 층에 먼지가 잘 달라붙을 수 있도록 자주 닦아주면 된다.


'식물 2% 공식'은 공기 중의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마침 봄은 이사 철이 아니던가. 포름알데히드, 벤젠, 톨루엔 등 실내 건축자재에서 뿜어져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유해물질들이다. 이때는 관음죽이나 팔손이, 산호수, 벵갈고무나무 같은 공기정화 식물을 추천한다. 이들 식물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흡수해 이산화탄소로 바꾸는 과정에서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어 준다.

식물은 천연 가습기 역할도 해준다. 기공을 통해 물이 기체 상태로 식물체 밖으로 빠져나가는 증산 작용 덕분이다. 순수한 물 분자가 나오는 것이므로 세균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으로 식물 기르기는 실내 장식 효과와 더불어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연구 결과 식물의 초록색은 편안함과 주의 집중력에 관련된 뇌파, 즉 베타파 발생을 3.9%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의 노란색은 마음의 유쾌함을 조절하는 세타파가 4.2% 증가했다. 식물을 보면 정서적 안정감이 생긴다는 '녹색 치유'라는 말이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셈이다.


인간은 숲에서 수백만 년을 살아왔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식물과의 동거는 우리 안에 내재된 본능이 자연스럽게 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자연과 격리돼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거꾸로 인간의 공간에 자연을 초대해 보자. 작은 화분 하나, 초록빛 이파리 한 장은 봄을 느끼기에 부족하지 않다. 올봄에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초록 식물을 새 식구로 들여 보면 어떨까. 회색 하늘로 답답했던 마음을 위로하고 집안 공기 질을 개선하는 데도 보탬이 될 것이다.


황정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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