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시시비비] 역설의 역성장

최종수정 2019.05.03 12:00 기사입력 2019.05.03 12:00

댓글쓰기

[시시비비] 역설의 역성장

실수를 반복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실력으로 믿게 된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 3.3% 감소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설비투자(-10.8%)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수입(-3.3%), 수출(-2.6%), 건설투자(-0.1%)도 역성장을 기록했다.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에도 민간소비(0.1%)와 정부소비(0.3%)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추세라면 정부의 올해 GDP 성장률 목표인 2.6~2.7%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1%대 성장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해 하반기 "경제 위기론의 근거가 없다. 내년엔 성과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실제로는 형편없는 성적표를 받게 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GDP 성장 부진이 세계 경제 둔화, 불확실성 지속, 기술적 조정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2분기와 하반기에는 1분기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홍 부총리의 낙관적 전망엔 힘이 실리지 못하고 있다.


소득 주도, 공공 부문 활성화 등을 통한 정부 주도의 정책이 기다림 끝에 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면 이들의 낙관론이 허망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새 정부 3년 차로 접어든 올해 암울한 성적표를 받은 만큼 정부 주도의 재정 정책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정부 주도의 임금 인상 등 인위적인 시장 개입은 시장 질서를 해치고 동시에 자원 배분을 왜곡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정한 기준의 임금으로 시장의 효율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되며 시장에서 퇴출되는 기업들도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와 달리 미국의 GDP는 1%대에 머무를 것이라는 비관적 예측에도 3.2%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했다. 미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이 수치는 더욱 의미 있는 결과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을 위대하게"를 외치며 미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경제성장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 감세 정책, 보호무역주의 등 미국의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향으로 계속돼왔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2016년 0.5% 증가에 그쳤던 미국의 기업투자가 2017년에는 5.3%, 2018년엔 6.9% 증가했다. 해외로 나갔던 주요 기업들이 미국으로 복귀하는 리쇼어링 기업이 크게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면 최근 LG전자는 연말까지 평택에 위치한 스마트폰 생산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스마트폰 생산 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미국 상황과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결국 경기 부양의 핵심은 민간 부문의 활성화다. 특히 이번 1분기 역성장의 가장 큰 요인이 설비투자 감소였던 만큼 이번 역성장을 뚫고 다시 우리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요구된다. 최근 대통령의 삼성전자 방문은 상징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를 계기로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조선, 디스플레이 등 수출 산업과 더불어 미래 먹거리인 온라인 게임, 의약품, 헬스케어, 바이오 등 성장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요구된다.

민간 부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건전한 산업 생태계가 형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 규제 완화, 정책 금융, 감세 정책 등과 더불어 정부의 최소한의 시장 개입으로 국내 고용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투자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경쟁력 있는 강소기업 육성을 통해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내 고용 확대, 임금 상승 그리고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상근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