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핵화 힌트 남기고 떠난 루가 전 美의원
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벨라루스 3국
'넌-루가법' 통해 평화적 비핵화 이끌어
북한 비핵화에도 적용 가능…관심 커져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넌-루가법' 발의자로 유명한 리처드 루가 전 미국 연방 상원의원이 28일(현지시간) 향년 87세로 별세했다. '넌-루가법'은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3국의 평화적 비핵화를 추동한 핵폐기 프로그램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루가 전 의원이 이날 오전 버지니아주(州) 소재 병원에서 말초 신경에 대한 희귀 자가면역 장애인 CIDP(만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성 신경병증)으로 작고했다.
공화당 소속인 루가 전 의원은 1991년 '협력적위협감소(CTR·Cooperative Threat Reduction)으로 알려진 넌-루가 법을 민주당의 샘 넌(80) 상원의원과 함께 발의했다.
이 법은 소련의 붕괴로 자국 영토에 핵무기를 갖게 된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비자발적 핵보유국의 핵무기와 화학무기, 운반체계 등을 폐기하기 위해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은 16억달러 규모의 정부 예산을 마련해, 우크라이나 등에 있는 수천 기에 달하는 핵탄두와 미사일, 핵잠수함과 핵폭탄을 제거했다. 핵무기 및 핵시설 폐기 기술·비용을 지원하는 한편 핵기술·과학자 대량 실업과 인재·기술 해외유출을 막기 위한 취업을 보장하는 프로그램도 함께 실시됐다.
모스크바에 국제과학기술센터(ISTC)를 설립됐고 핵·화학·미사일 분야 종사자들에게는 직업과 연구기회가 제공됐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의 핵 전문인력도 지원을 받아 원자력 에너지 연구와 교육 부문에 정착할 수 있게 됐다. 2017년까지 ISTC의 지원을 받은 과학자만 7만 5000명에 이르렀다.
또한 이들 국가는 비핵화 대가로 체제보장은 물론 경제적 인센티브도 챙겼다.
CTR 프로그램은 거대한 핵무기 산업의 해체 과정에서 핵 전문인력의 유출을 성공적으로 방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루가와 넌 전 의원은 지난해 4월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넌-루가법 방식이 북핵 해결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직접 주장하기도 했다.
루가 전 의원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은 각별했다. 그는 1990년대 초반 북핵 위기 이후 고비마다 온건 대화론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역설했다.
2002년 제네바 합의 파기 당시 북미 직접대화 필요성을 부시 행정부에 주창한 의회 내 대표적인 대화론자였다.
상원 외교위원장 시절에는 한국을 방문했으며, 보좌관에게 북한 영변 핵시설을 방문토록 지시하기도 했다.
2006년에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해체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골자로 하는 '북핵 해법 로드맵' 입법화를 추진하기도 했다.
고인은 1968년 인디애나주(州) 인디애나폴리스 시장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어 1977년부터 2013년까지 36년간 연방 상원의원을 지냈으며, 상원 농업위원장과 외교위원장을 역임했다. 1996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한편 이달 중순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넌-루가법이 적용됐던 카자흐스탄을 모범적인 비핵화 국가로 지칭하며 '카자흐스탄 비핵화 모델'이 다시금 주목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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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후보자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창의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CTR'을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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