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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혜의 외식하는날] 당당히 술 시키는 미성년자…음식점주만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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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혜의 외식하는날] 당당히 술 시키는 미성년자…음식점주만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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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며칠 전 치킨 한 마리에 맥주 1000㏄ 주문이 들어와 배달 대행을 통해 배달했습니다. 두 시간 뒤 한 여성이 전화를 걸어와 "우리 아이가 미성년자인데 술을 팔면 어떡하냐"며 거칠게 항의했습니다. 해당 여성은 신고하지 않는 대가로 합의금 3000만원을 요구해왔습니다. 돈을 주지 않으면 신고로 인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것이고, 돈을 주자니 너무 억울하고 답답합니다." (인천 남동구에서 치킨집을 운영 중인 이호근(가명ㆍ55)씨)


수 년 간 뜨거운 감자였던 '음식점의 미성년자 주류 판매' 논란이 재가열되고 있다. 일손이 부족해 배달대행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음식 배달에 나서는 음식점주가 증가하고 있어 배달을 통해 주류를 구매하는 미성년자들을 단속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주류를 구입하는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하며, 배달앱도 일정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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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 대행업체가 수행한 월평균 음식배달건수는 3000만건에 달한다. 1인 월평균 배달외식건수 1억6000만건의 19%에 달하는 수준이며 2017년 2000만건에서 1000만건 가량 증가한 규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7 외식업 경영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피자ㆍ햄버거ㆍ샌드위치 및 유사음식점업(27.2%)과 치킨전문점(17.9%)에서 배달대행 이용 비율이 높았으며, 대행업체에 지불하는 월 평균 금액도 50만원 이상으로 나타났다.

음식점주들은 "배달 서비스를 확대할수록 미성년자의 주류 단속이 어려워진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서 초밥 전문점을 운영 중인 김영래(가명ㆍ49)씨는 "주문건의 60% 이상이 배달앱을 통해 발생하고 있는데 배달앱 '앱 내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면 나이 확인 없이 결제 처리가 이뤄져 미성년자가 주류를 주문했다 하더라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 달에 주문 600건 이상을 배달대행업체를 통해 배달하기 때문에 직접 대면해 확인할 방법도 없다. 배달대행은 음식점의 배달 서비스를 대신하고 가맹점(상점)으로부터 월간 회비와 배달요금을 과금해 대행 기사에게 지급하는 '배달 중개 서비스'다. 김씨는 "배달 음식점이 늘며 최근 배달대행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라며 "제대로 배달을 수행하기만 해도 감사할 판국에 신분증 확인 등의 부가적인 업무를 부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배달대행업체는 미성년자 주류 판매 등 부정행위가 적발될 경우, 단지 음식 배달을 '중개'했다는 이유로 책임에서 제외된다.


정작 주류를 구입한 미성년자에게 별다른 처벌이 내려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인천에서 24시 국밥집을 운영하는 권택조(가명ㆍ40)씨는 "최근 미성년자들이 새벽에 국밥집에 들러 밥과 술을 먹고 갔다"며 "직원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주민등록증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그들이 계산 후 스스로 지구대에 찾아가 우리 가게에서 술 마신 사실을 신고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 것 자체는 가게의 잘못이지만, 별다른 처분을 받지 않기에 외려 당당히 신고까지 하는 미성년자들이 너무 당혹스럽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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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심지어 미성년자가 음식점 술자리에 합석했다면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도 업주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단독 배윤경 판사는 최근 음식점 운영자 A씨가 서울 용산구청을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지난해 2월 여성 손님 2명에게 고기와 소주를 제공했다. 이후 어려보이는 여성 손님이 자리에 합석했다. 종업원이 이 여성의 신분증을 확인하려 했으나 완강히 거절하며 승강이를 벌였다. 5~6분 후 경찰이 음식점에 들어와 현장을 적발했다. 늦게 온 여성 손님은 18세 청소년이었다.


결국 A씨는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용산구청은 A씨에게 117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A씨는 청소년이 합석은 했지만 술을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주류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배 판사는 “청소년이 술자리에 합석했음에도 신분증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재도 하지 않았다면 주류를 제공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청소년이 주류를 실제 마셨는지 아닌지에 따라 이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식품위생법 개정에 따라 오는 6월12일부터는 청소년의 위조, 변조, 도용 또는 협박이나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때 행정처분이 면제된다. 식품위생법 제75조(허가취소 등)에 따르면 청소년의 신분증 위조ㆍ변조 또는 도용으로 식품접객영업자가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했거나 폭행 또는 협박으로 청소년임을 확인하지 못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행정처분을 면제할 수 있다.


중개서비스인 배달앱과 주류 구매 미성년자 모두에게 일정 책임을 묻도록 관련 법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주류를 판매해 적발된 음식점주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1차 위반 시 영업정지 2개월, 2차 위반 시 3개월, 3차 위반 시 영업소 폐쇄 처분을 받는다. 또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정작 주류 구입 당사자인 미성년자는 별다른 처분을 받지 않는다.


반면 미국의 경우 만 21세 미만이 술을 소지하거나 마시거나 살 경우 대다수 주에서 벌금형을 내리고 일부 주에서는 금고형까지 내려진다. 영국 역시 만 18세 미만이 술을 구매하거나 마실 경우 벌금형 등에 처해진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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