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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범죄? 여성혐오 범죄 아닌가요” 묻지마 범죄, 여성만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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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범죄, 지난 1년간 피해자 성별 보니 유독 여성이 많아
전문가, 범행에 앞서 피해자 여성으로 고르는 측면 있어

지난 25일 밤 부산 한 대학교 앞 커피숍에서 흉기를 휘둘러 여성을 남성 검거장면.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지난 25일 밤 부산 한 대학교 앞 커피숍에서 흉기를 휘둘러 여성을 남성 검거장면.사진=부산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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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최근 범행 동기가 없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가운데, 일부 피해자들의 성별을 보면 유독 여성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묻지마 범죄는 일종의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범죄심리전문가는 범죄자들이 자신의 범행을 보다 쉽게 하려고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을 고르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5일 오후 부산의 한 대학교 앞 커피숍에서는 20대 남성 A 씨가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경찰에 붙잡혔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주변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고 비웃는 데 불만을 품고 인근 마트에서 흉기를 산 뒤 ‘누구든 걸리면 죽이겠다’는 마음으로 일대를 돌아다니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 씨가 횡설수설하고 있어 정신병력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정확한 범행동기를 조사한 뒤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묻지마 범죄는 앞서 21일에도 일어난 바 있다. 이날 오후 서울 관악구 한 노상에서는 40대 남성 B 씨가 28살 여성 C 씨 등 일행을 폭행했다.


B 씨는 지구대에 연행된 뒤에도 살인하겠다며 “나 사람 죽일 거야. 병원 가면 사람 죽일 거야. 죽이려면 여자가 빠르겠지”라고 횡설수설했다.


지난 2016년 5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SNS를 통해 모인 20대 여성들이 최근 강남역 인근 주점 화장실 살인사건에 대해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라고 규정한 경찰의 결론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6년 5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SNS를 통해 모인 20대 여성들이 최근 강남역 인근 주점 화장실 살인사건에 대해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라고 규정한 경찰의 결론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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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묻지마 범죄 특징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범죄 발생의 70%가 살인과 상해 등 강력범죄로 이어진다. 특히 언제, 어느 때, 어디서 발생할 지 알 수 없는 것이 범행의 특징이라 정신적 충격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최근 1년을 기준으로 포털 사이트에서 ‘묻지마 범죄’ 언론 보도를 검색하면 피해자 성별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묻지마 범죄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으로 나타났다.


2018년 2월 울산시 북구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20대 후반 남성은 한 여성에게 자신이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이유로 화풀이 대상으로 지나가던 17살 여학생 뒤로 접근하여 눈과 입을 손으로 막은 채 바닥에 넘어뜨리는 등 묻지마 폭행을 했다. 이 여학생은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


그런가 하면 같은 해 6월 경북 포항의 한 약국에서는 여성 약사가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경찰에 체포된 피의자는 “2~3년 전에 이 여성이 (나에게) 욕을 했다”고 진술하며 횡설수설했다.


10월에는 인천 공원서 한 남성이 이유 없이 지나가는 여성을 폭행하고, 같은 달 30일 경기 광명시 하안동 모 아파트 뒤편 도덕산 등산로 입구에서 60대 남성이 60대 후반 여성을 흉기로 살해했다.


이어 올해 2월에는 한 40대 남성이 만취한 상태로 여성 택시 기사를 폭행했다. 또 지난 10일에는 서울 성신여대 인근 거리서 한 50대 남성이 6명의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피의자는 정신장애 2급으로 기초생활수급비를 주지 않는다며 구청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21일 서울 관악구 25일 부산 모 커피숍에서 각각 묻지마 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2016년 5월22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시민들이 강남역 부근에서 일어난 묻지마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6년 5월22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시민들이 강남역 부근에서 일어난 묻지마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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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가해자는 남성, 폭행이나 살해 동기는 없는 사실상 묻지마 폭행 및 살인에 해당하고,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범죄는 묻지마 범죄로 볼 수 있겠지만, 피해자가 유독 여성이 많은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여성만 골라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30대 여성 직장인은 “묻지마 범죄 피해자는 왜 여성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은 “피해자가 여성이 많다는 것은 의도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누리꾼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한국 남자들이 여성들한테 묻지마 범죄 저지르는 게 몇 번째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누리꾼도 “정신병으로 인한 묻지마 폭행이었으면 경찰한테도 흉기 휘둘렀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자기 판단에 찔러도 되겠다 싶은 만만한 ‘젊은 여성’ 골라서 찔렀는데 이게 묻지마 범죄인가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묻지마 범죄가 아니라 여성혐오, 약자혐오 범죄지요”라며 “약자만 고르는 판단력을 지녔는데 심신미약이니 뭐니 핑계가 받아들여지진 않아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지적했다.


2017년 8월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열린 여성혐오 살인 공론화 시위 및 왁싱샵 살인사건 규탄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17년 8월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열린 여성혐오 살인 공론화 시위 및 왁싱샵 살인사건 규탄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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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 통계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 피해자 10명 중 6명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2016년 발간한 ‘한국의 이상범죄 유형 및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발생한 46건의 △묻지마 △분노·충동 조절 실패 △기타 비전형적 이상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는 63.0%(29건)였다.


범행 동기로는 ‘가출한 아내와 닮아서’, ‘평소 여성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있어서’ 등 여성만을 겨냥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6년 5월 발생한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을 표적으로 하는 범죄는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2016년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는 2만7431건에서 2017년 기준 3만270건으로 10%가량 증가했다.


이렇다 보니 여성들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여성가족재단이 2016년 서울의 20~30대 1인 거주 여성 7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결과, 44.6%가 일상생활 속에서 스스로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는 조현병 의심 환자들의 묻지마 범죄 관련 피해자가 여성인 것은 일정 부분 의도된 것이 있다고 분석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는 “조현병 환자 의심으로 추정되는 묻지마 범죄의 경우 가해자들을 보면, 증상이 굉장히 심하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 “이들이 경찰에 검거될 때 모습을 보면 격렬하게 저항을 한다든가 그런 모습은 쉽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여성이 많다는 것은 범행에 앞서 범행 대상을 고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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