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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25% 실적 줄었는데 배당 늘렸다…배당 둘러싼 '온도 차'(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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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그룹 계열사 25% 실적 감소에도 배당 확대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엘리엇 등 해지펀드 가세

"선제적 투자 통해 배당보다 회사 가치 올려야"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권재희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줄어든 실적에도 불구하고 배당은 되레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의 수익이 줄면 배당 역시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주주친화정책 강화 추세와 맞물려 국민연금과 행동주의 펀드의 배당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아시아경제가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 포스코, GS 등 7대 주요 그룹 지주사 및 주요 계열사 24곳의 이익과 배당성향을 분석한 결과 6개사가 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배당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곳이 ㈜LG다. (주)LG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8829억원으로 전년(2조4356억원) 보다 22.5%(5527억원) 줄었는데도 되레 배당을 키웠다. 1주당 배당은 1300원에서 2000원으로, 배당금 총액은 2286억원에서 3517억원으로 높였다. 포스코도 마찬가지다. 포스코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8921억원으로 전년(2조8735억원) 대비 36.4% 줄었는데도 배당은 1주당 8000원에서 10000원으로 배당금 총액은 64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늘었다. 이 외에도 LG전자, 포스코대우, GS, 현대글로비스 등이 이와 같은 경향을 보였다.


곳간은 비었는데 '배당 달라' 압박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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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그룹 주요 계열사 중 가장 많은 배당금 총액이 늘어난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배당으로 9조6192억원을 집행, 전년 대비 3조3000억원이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1조16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배당이 45% 이상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배당금을 지급했다. 지난해 흑자전환으로 돌아선 GS건설은 배당금 증가 비율이 가장 높았다. 배당금 총액은 787억43000만원으로 전년보다 3.7배나 늘었다.


하지만 재계 2위인 현대차 그룹은 부진한 실적에도 거센 배당압박을 받았다. 현대차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64%나 줄었는데 엘리엇은 회사 측이 제시한 배당액인 3000원보다 7배 많은 2만1967원을 요구했다. 현대모비스도 사측이 제시한 금액(4000원)보다 6배 이상 많은 주당 2만6399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현대모비스의 당기순이익은 21.2%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대한 엘리엇의 현금배당 제안이 과도하다"면서 "자동차업 불황으로 성장세 둔화를 겪고 있어, 당기에 대규모 배당하는 것 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성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도 향후 연구개발(R&D)이나 공장 투자를 위한 자본요건 충족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엘리엇의 제안한 배당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21일 사측이 우호 지분을 대거 확보하면서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현 정부의 기조아래서는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주)LG도 계열사들의 당기순이익이 22.6%나 줄었는데 배당은 54%나 키웠다. 다만 (주)LG 사례에서는 배당압박 외에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관 투자자들의 배당 확대 정책과 함께 최대 주주인 구광모 회장의 상속세 마련을 위한 조치로도 볼 수 있다"라며 "지주사 지분 외 타 계열사 지분을 모두 매각한 상황에서 막대한 상속세를 부담하는 방법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LG 지분(1512만2169주, 8.6%)를 상속받으면서 총 2588만1884주(14.72%)에 대해 모두 배당을 받는다. 이로 인해 국내 배당 순위에서 8위(2017년 25위)로 껑충 뛰었다. 금액도 2017년 140억원 대비 270% 증가한 517억원을 받는다. 하지만 여전히 구 회장은 약 6000억원의 상속세를 내야한다.


당장의 배당 내주면 '소는 누가 키우나'
대기업 25% 실적 줄었는데 배당 늘렸다…배당 둘러싼 '온도 차'(종합) 원본보기 아이콘


시장에서도 배당에 대해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우선 우리나라의 배당성향 자체는 글로벌 최하위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시장조사기관인 톰슨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상장사 배당성향은 18.3%로, 영국(65.4%) 독일(40.8%) 미국(38.9%)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대만(57.2%) 인도네시아(41.7%) 브라질(38.4%) 중국(32.3%) 등 개발도상국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에 국민연금은 이번 주총에서 본격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저배당 기업에 대해 적접적인 견제에 나서고 있다. 실제 국민연금이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저배당을 지적한 10개 상장사 중 7개사는 전년 대비 배당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배당할 때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국내 산업을 이끄는 제조업의 경우 대부분 장치산업의 특징을 지닌다. 시장의 흐름을 읽고 선제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해야한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업종과의 융합이 발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인수합병(M&A)를 위한 실탄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애플의 배당을 두고 논란이 컸다. 애플의 경우 스티브 잡스 대표 생전에는 단 한번도 배당한 적이 없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한 2012년부터 매년 애플은 수백억달러 규모의 배당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투자자들은 천문학적인 배당금에 만족했지만 미국의 저널리스트 라나 포루하는 "2011년 잡스 사망 이후 애플이 판을 바꿀만한 기술을 선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애플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방향은 맞지만 나눠먹기식의 배당은 장기적으로 봤을때 주주이익은 물론 기업의 성장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배당을 늘리기보다 차라리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둬서 연구개발(R&D)투자나, 일자리 창출, 인수합병(M&A) 등에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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