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스텝 꼬인 선거제…원인은 공식보다 복잡한 각당 속내

최종수정 2019.03.21 11:38 기사입력 2019.03.21 11:29

댓글쓰기

모호한 당론, 선거제 논의 길어진 것도 원인…내용 어려운 것도 '개혁정책' 인식 확산에 걸림돌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앞으로도 꾸준히 당의 의견을 더 모아가기로 했다." 4시간40분 동안 진행했던 20일 바른미래당 비공개 의원총회는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의 당내 인준을 받지 못한 셈이다.


바른미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뼈대로 한 선거제 패스트트랙 추진의 핵심 변수다. 21일 현재 29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바른미래당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선거제 패스트트랙은 좌초할 수밖에 없다.


주목할 부분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가장 강력하게 요구했던 정당이 바른미래당이라는 점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난해 12월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함께 9일에 걸친 국회 로텐더홀 단식 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선거제 개혁을 위해 목숨을 걸겠다면서 결기를 보이기도 했다. 당 대표가 목숨을 건 단식을 통해 일궈낸 선거제 개혁의 추진 동력이 소속 의원들의 비판과 견제 때문에 흔들리는 상황을 맞고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 참석,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 참석,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선거제 논의의 스텝이 꼬인 것은 정치 현실과 구조적 한계가 맞물린 결과다. 모호한 당론은 선거제 논의가 꼬인 핵심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추진을 담은 당론을 마련했지만 소속 의원들의 전폭적 지지와 성원을 토대로 이뤄진 결과물은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 폐지와 지역구 253석→270석 증가를 당론으로 내걸었지만 위헌 논란 등의 문제로 채택이 사실상 불가능한 방안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바른미래당은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다시 논의의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선거제 개혁의 내용이 어렵다는 점도 추진 동력 마련에 부담 요인이다. 특히 의석수를 300석으로 고정한 상황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구체적으로 의원을 어떻게 뽑겠다는 것인지 정치 전문가들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사표 방지'라는 뚜렷한 명분을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올바른 개혁 방안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당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특정 정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의석의 많고 적음에 따라 표결로 선거제를 바꾼 사례가 없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독재 선거제를 날치기 처리한다면 이것은 패스트트랙이 아니라 흑사병 패스트트랙"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좌파독재 저지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비상 연석회의'에 참석,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좌파독재 저지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비상 연석회의'에 참석,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선거제 개혁 논의가 꼬이게 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개혁의 방향과 의원들의 속내가 다르다는 점이다. 여야 4당이 의견을 모은 253석→225석 축소가 현실이 된다면 산술적으로 28석의 지역구가 사라진다.


21대 총선에서 자신이 출마할 지역구가 사라지게 하는 선거제 개편을 현역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찬성하겠느냐는 물음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동의한 4개 정당의 의원 중에서는 개편 없이 현 체제로 선거가 치러지기를 바라는 이들도 있다.


한국당이 반대 의견을 강하게 내세울 수 있는 것도 다른 정당의 '이탈표'가 적지 않을 것이란 계산 때문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흐르자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는 결론이 나기까지는 330일의 시간이 남아 있으니 일단 패스트트랙은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국회부의장)은 "지금 바른미래당이 민주당, 민평당, 정의당과 함께 해 온 패스트트랙 대열에서 이탈하는 것은 결국 한국당과 함께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선거제 개편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